메디톡스·대웅제약 갈등 점입가경
美 ITC 조사… 해외 문제로 번져
제조과정에 불공정 행위 등 검토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메디톡스 제공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수출명 뉴로녹스). 메디톡스 제공

대웅제약의 '나보타'.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의 '나보타'. 대웅제약 제공

2조원대 규모의 세계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날선 신경전을 벌인다. 보톡스 균주 특허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 무대로 확산되면서, 자칫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지 않을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1호 보톡스 '메디톡신'을 상용화한 메디톡스, 미국 판매 1호 국산 보톡스 타이틀 확보를 눈앞에 둔 대웅제약 간 균주 논란이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 조사로 이어지게 됐다. 보톡스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다.

ITC는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제조과정에 불공정행위가 있었다며 메디톡스와 이 회사의 미국 파트너사인 앨러간이 낸 제소를 받아들여, 지난 1일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미 ITC는 두 회사로부터 필요한 자료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작업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ITC가 조사 결과를 통보하기 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디톡스와 앨러간은 메디톡스 전직 직원이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대웅제약에 넘긴 혐의로 대웅제약과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지난 1월 ITC에 제소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미국 FDA(식품의약국)에 나보타의 품목허가 승인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최종적으로 거부당한 터라, 이번 ITC 조사에서 자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와주기를 더욱 기대하는 분위기다.

메디톡스는 나보타 균주에 대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의 진술이 정확하지 않다며, 나보타 균주 출처에 대해 확인하기 전까지는 품목허가신청(BLA)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민청원서를 2017년말 FDA에 낸 바 있다. 당시 메디톡스는 모든 보툴리눔 톡신 제품의 품목허가신청에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을 포함하고, 나보타 균주의 출처를 공개할 것도 요구했다.

하지만 FDA는 지난달 1일 "대웅제약의 공식 진술에서 허위성을 의심할 만한 부정 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메디톡스의 청원을 최종 거부하고, 나보타의 판매 허가를 승인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의 관점은 약품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것에 초점을 두는 FDA와 다르다"며 "ITC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그것이 자국 내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초점을 두는 곳으로, ITC 조사 결과에 대해 대웅제약 측이 해명하지 못하면 (나보타는) 수입금지 조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를 통해 대웅제약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지적재산권을 탈취해 개발됐다는 게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향후 ITC의 자료 요청 등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조사 착수'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3월 1일에 관련 제소 건이 접수된 것이지 ITC가 대웅제약, 에볼루스의 혐의나 나보타 균주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면서 "ITC 제소 접수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성실히 대응해 진실을 밝힐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은 미국 관세법 섹션 337에 따라 진행되는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소송으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는지를 따져보는 재판"이라며 "지난 수년간 메디톡스가 제기해왔던 근거없는 의혹의 연장선"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균주논란이 자칫 국내 제약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겨냥하고 있는 국산 품목들을 둘러싼 송사를 국내 뿐만 아니라 국외로까지 가져가는 것 자체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면서 "뾰족한 해법 없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두 회사 간 싸움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의약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앞서 메디톡스는 2017년 6월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법원은 2017년 10월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한국의 소송 절차가 해결될 때까지 소송을 중단한다고 결정했다. 같은 달 메디톡스는 국내 법원에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해 대웅제약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올 봄 나보타의 미국 발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톡스는 2022년 현지 판매를 목표로 앨러간을 통해 미국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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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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