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4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촐한 내부 행사를 열고 앞으로의 100년을 다짐했다. 1969년 3월 1일 국영 대한항공공사에서 구형 프로펠러기 7대와 제트기 1대를 인수해 출범한 대한항공은 지난 50년간 발전을 거듭하며 현재 44개국 124개 도시를 오가는 글로벌 항공사로 발돋움했다.
국내 최초의 민영항공사로 출범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기념비적인 해이지만, 대한항공은 대규모 외부행사 없이 이날 간단한 내부 기념식만 치렀다.
지난해 불거진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 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은 데다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등 대대적으로 기념행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이 국내 민항사 역사 = 대한항공의 50년은 국내 민간 항공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 민항사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조 사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창업주를 시작으로,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까지 3대에 걸친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창업주 조중훈 회장은 지난 1969년 적자의 늪에 허덕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며 대한항공을 출범했다. 당시 조중훈 창업주는 공기업 인수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라며 과감히 인수를 추진했다.
도전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그저 새로 태어난 신생 민간 항공사일 뿐이었다. 그는 1970년대 태평양·유럽·중동 하늘길을 열어 국가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80년대에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 서울올림픽 공식 항공사로 지정돼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아버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조양호 회장은 1990~2000년대 대한항공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한 점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직접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 등 항공업체를 찾아 가입 권유에 나섰고, 2000년 기어코 동맹체를 출범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스카이팀은 175개 국가, 약 1150도시에서 매일 1만4500편의 항공편을 운항한다. 연간 수송 승객은 6억3000만명이 넘는다.
앞으로의 50년은 이제 조 사장의 몫이다. 그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본격 시행한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를 매듭지었다. 예정보다 기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JV로 대한항공은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JV로 양사의 태평양 노선의 취항 도시를 활용한 공동운항을 확대하는 한편, 아시아와 미주 시장에서의 공동 판매하는 등 협력의 폭을 계속 늘려 나가고 있다.
◇풀어야 할 숙제 산적…신뢰 회복이 최우선 = 대한항공에 있어 창립 50주년은 남다른 의미다. 넓게 보면 국내 항공업계의 축제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별다른 행사를 준비하지 않은 점은 외부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불거진 조 회장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조현아·현민 등 자매는 땅콩회항과 물컵 갑질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고, 조원태 사장은 현재 불법 편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조 회장 본인 역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아내인 이명희씨도 '갑질폭행' 의혹을 받아 여러 차례 경찰에 출석했다.
당장 이달 열릴 주주총회 역시 넘어야할 산이다. 한진칼 2대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왔던 사모펀드 KCGI는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요구하는 등 총수 일가를 겨냥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진그룹은 KCGI가 상법상 주주제안권 행사 권리가 없다고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등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