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 전기, 인터넷에 이은 초연결 인공지능(AI)이 세상을 격변시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위기와 기회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불확실성이 불안을 유발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기회의 문은 더 넓어진다. 세계는 지금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초고속 기술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변화에 대응하느라 어지럽다. 우리 정부는 혁신성장을 공정경제 및 포용성장과 함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혁신성장의 구체적 전략이 안보인다

대한민국은 마침내 작년 GDP 3만 달러 벽을 넘었다. 지금까지는 패스트 팔로우 전략으로 선진국을 재빨리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추격형 경제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단 한 달의 지각, 단 한 뼘의 기술격차도 경쟁이 치열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성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전쟁도 실은 중국의 기술 추격에 위기를 느낀 미국이 이를 따돌리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세계가 저마다 생존을 위한 거친 몸부림을 하고 있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보면 얼마나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가는 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지만 손에 잡히는 전략을 찾을 수 없다. 이를테면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신일본 재흥전략'과 오바마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미국 제조업 부활의 '리메이킹 아메리카'와 같은 전략이 안 보인다.

기업가정신이 억압되고 있다

한국경제는 주력산업이 활력을 잃어가는데, 새로운 성장동력이 등장하지 못해 바통을 잇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 자유와 창의력, 기업가정신이 억압되고 발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적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한 기업가가 부푼 꿈을 꿀 수 있어야지, 어떻게 무슨 규제가 발목 잡을지 걱정부터 먼저 해야 하는가. 지금 한국경제가 그 지경이다. 혁신을 짓누르고 있는 규제를 부수는 일에 국민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규제철폐는 이미 정권적 차원의 숙제를 넘어섰다. 디지털타임스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경제의 심지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자 새해 들어 경제종합일간지로 제2창간을 선언한 바 있다. 창간 19주년 및 재창간을 기념해 현재 한국경제 절체절명의 조건인 '혁신'을 주제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의 혁신 수준과 의지는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정치 개입과 규제가 혁신의 적이다

조사에 참여한 재정·경제 관련 교수와 연구자들은 혁신의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정부의 혁신 점수를 100점 만점에 59.9점으로 평가했다. 우리 대기업들의 혁신역량은 정부보다는 나았지만 미국 일본의 대기업(100점 기준)보다 낮은 평가(74.3점)를 받았다. 대기업의 혁신역량이 떨어지는 것은 기업규제와 연관성이 컸다. 응답자의 71%가 한국의 기업규제 수준이 선진국들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낮다는 응답은 5.0%에 불과했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외국 기업과 100m 달리기를 하라는 것과 같다. 경제전문가들은 혁신성장의 가장 큰 방해요인으로 정치권의 개입과 정부의 과잉 규제를 지목했다.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시급한 방책으로는 인허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49.0%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어 주52시간근무제 등 노동관련 규제완화(19.0%)를 들었다.

저력이 있는 한 늦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정부와 정치권은 위기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이번 여론조사에도 드러나듯 정치가 혁신을 외치지만 실제에서는 실행되기는커녕 역행하기 일쑤다. 명분으로 포장된 새로운 규제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한국경제가 혁신 하려면 먼저 정치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격랑의 4차 산업혁명 변혁기에 잠시 한눈 팔다가는 영원히 낙오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세계 최단기간 최후진국에서 선진국 문턱을 넘은 저력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제도와 시스템을 개혁하고 경제적 자유와 기업가정신을 복원하면 얼마든지 혁신성장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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