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기자]서울 주택 시장에 역전세난 공포가 점점 커지면서 지난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물어주는 사례가 작년 대비 8배 급증했다. 올 들어 입주 물량이 작년보다 더 몰린 가운데 전셋값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갭투자에 나섰던 집주인들이 이를 버티지 못하면서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상반기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강남은 전세 시장이 차츰 안정을 되찾겠지만 입주가 적었던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는 전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역전세난 공포가 지속될 전망이다.
3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 중순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전셋집의 실거래가를 2년전 동일 주택형의 가격과 대조해 분석한 결과 26.3%에서 역전세가 확인됐다. 전셋집 4채 중 1채꼴로 전셋값이 2년 전과 비교해 하락한 셈이다. 역전세 비중은 2017년 1분기 평균 5%에 불과했으나 2년 만에 5배 넘게 급증했다.
역전세는 재건축 물량이 많았던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역전세 거래 비중이 높았던 곳 13곳 중 3분의 1인 4곳이 서초(42.6%), 동작(39.3%), 송파(32.2%), 강남(27.3%) 등 강남 4개구에 포함된 자치구이거나 강남 인근 지역이었다.
강남발 역전세난은 서울 전체 시장의 전세 약세로 확대됐다. 서울 전세는 올 들어 1월 오름세를 보이다 한 달 만에 하락했다. 2월 한 달간 0.25% 하락했는데,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첫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세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계약이 만료된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올해 1월에만 1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배 급증했다. 아직 1월이라 HUG가 집주인 대신 지급할 전세보증금이 상당히 늘어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자 전세금을 떼일까봐 두려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상품 가입이 늘고 있다. HUG는 집주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1개월 내 세입자(가입자)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을 때 보증료를 받고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을 제공한다. HUG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상품 가입자는 8846가구, 보증금액은 1조7766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가입자나 보증금액 모두 2배 늘었다.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상품 가입은 전세 시장이 불안한 2016년부터 매년 2배씩 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4월 1만 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가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서울 입주물량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전세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역별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초구, 강남 등 작년 재건축 물량이 많았던 지역은 전셋값이 계속 떨어질 것이고 강북지역이나 성동, 중랑 등 입주가 적었던 곳은 전셋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HUG의 전세금반환보증상품 가입자가 2016년부터 전세 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매년 2배 수준으로 늘고 있다. HUG의 전세금반환보증상품 가입 현황 표.<HU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