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공적연금의 근간인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개혁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적립기금은 2041년 1778조원을 정점으로 이후 수지적자가 발생하여 2057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는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현재 가입자는 2200만 명에 이르고 적립금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37% 수준인 671조원이다. 이는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그러나 전 국민 대상의 사회보장제도로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보장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선이 많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개편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에서 강조한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총 네 가지 방안이다. 1안은 '현행유지', 2안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3안은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4안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50%'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개혁 방향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질적 개혁안은 3안과 4안뿐이며, 기금고갈 시점이 각각 2063년과 2062년으로 5~6년 지연시키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재정안정과 소득보장 중에 무엇을 우선하는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견해로 구분된다. 먼저 노후소득의 안정화를 위해 보험료율의 인상을 최소화하고 급여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금 소진이 되더라도 부과식으로 전환하고 부족한 부분은 세금으로 충당하여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재정안정을 우선하는 견해는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 세대 노령층의 급여비용을 현 세대의 근로계층이 부담하는 식으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율이 20% 이상으로 급증,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방법을 선택하든 모수적 조정만으로는 현 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경제사회적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부터 개혁안 도출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우선 현행 제도의 경쟁력 강화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한국납세자연맹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수익률은 1.16%로 추정되어 2013년 3차 재정추계 당시의 전망치 7.26%의 6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 수익률이 예상보다 1%포인트 하락하면 기금 고갈 시점이 5년 앞당겨진다는 것을 상기할 때 충격적이다. 수익성 확대를 위한 투자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세계 3대 연기금의 위상에 걸맞은 운용체계와 인력을 갖추었는지 의문이다. 운용에 있어 책임과 권한이 명시되지 않아 위험 통제에만 집중하게 되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투자 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지방 이전과 민간에 비해 낮은 보수와 성과체계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영국의 사례는 사회적 합의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2002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신 노동당 정권이 시작한 연금개혁은 2012년 보수-자유민주 연립정부에서야 완성되었다. 먼저 사회적 합의기구인 연금위원회를 구성하여 정책 방향을 수립한데 이어, 4년간 기초자료를 구축하여 2005년 연금백서를 출간하였다.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토론을 진행하였다. 대안 제시와 선택의 과정을 수차례 겪으며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개혁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우리의 연금개혁이 합의에 이르는 길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의 참여와 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