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항목 57개로 늘어나
산업계 "기존수준과 별 차이없고
질병은 포함안돼 실효성 떨어져"



미래 의료시장으로 각광받는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자 시범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검사항목이 기대치에 못미친다며 DTC 유전자 서비스 업체들이 잇따라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인증제 시범사업을 강행키로 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유전자 검사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인증제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한 주요 업체들이 사업 '참여'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범사업 강행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DTC 관련 업체들은 현재와 같은 검사 항목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불참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DTC 유전자 검사는 개인이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문기업에 의뢰해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으로, 미국 등지에서는 새로운 의료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DTC 유전자 검사실을 인증받은 기업에 대해, 검사 가능한 항목을 늘려주는 시범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 등 12가지 검사항목만 DTC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해당 업체에 항목을 57개로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허용 검사항목을 121개로 확대해 줄 것을 요구해 온 산업계는 정부의 항목 확대 수준이 기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기업들은 소비자의 관심이 높은 '질병'과 연관성이 큰 항목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마크로젠 등 한국바이오협회 산하 유전체기업협의회(이하 유기협) 소속 19개사가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업체들이 시범사업 불참을 선언한 상황에서도 설명회를 강행 하는 등 시범사업을 강행할 움직임이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 22일 인증제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어 오는 4월말까지 참여업체를 선정하고 5월부터 9월까지 검사서비스 평가·시범인증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불참 의사를 밝힌 유기협 소속 기업 실무자들이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유기협 소속 기업들을 포함해, 질병관리본부에 유전자검사기관으로 신고된 기업 43곳의 관계자 80여 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관계자는 "마크로젠 등 시범사업 불참하겠다고 했던 업체들의 상당수가 이번 설명회에 참여했다"며 "이들 업체 관계자들이 사업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했고, (시범사업 참여 여부 등에 대해)사내 협의를 해 보겠다고 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범사업 공고 마감일인 오는 4월 15일쯤에는 어느 업체가 참여할지 말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정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현재로서는 불참 선언을 번복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유기협 관계자는 "설명회에 참석한 것은 (불참을 선언한 업체들의) 실무자들이지 대표자들이 아니며, 현재로서는 시범사업 참여 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이어 "복지부가 질환에 관련된 것으로 검사항목을 확대하는 것에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그리고 항목 확대 등 DTC 유전자 검사 사업과 관련한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 산업계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한 시범사업 참여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유기협은 다음주 중 회의를 열어 질병 연계 항목으로의 DTC 검사 항목 확대 등 업계 요구 사항을 정부에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유기협 측은 "입장 번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특히 업계에선 유기협 소속 기업들이 불참한 채 시범사업이 강행될 경우, 이 사업의 핵심인 검사서비스 평가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회에는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등 분석 장비, 품질을 어느정도 갖추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전개한다고 인정받은 코스닥·코넥스 상장사들이 상당수 있다"며 "이들 기업의 시범사업 불참은 이들이 보유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들이 무시된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에 656억원이던 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6년 1055억원으로 61% 성장했고 2022년에는 4053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질병 진단, 약물 처방과 관련된 검사항목에 대해서만 DTC를 제한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최근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10개 질환에 대한 DTC를 허용했다. 일본과 영국에서는 DTC 관련 법적 규제 없이, 지침이나 협회 차원의 권고만 두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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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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