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시대 공식 개막과 함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8조원이 넘는 배당을 해달라고 압박하면서,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표 대결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주주총회 목적 사항으로 상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총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것이다.
배당금은 지난해와 같지만 배당성향은 2017년 26.8%에서 지난해 70.7%로 크게 상승했다. 내달 주총에서 배당안을 확정하면 전체 배당금 규모가 우선주까지 총 1조1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측은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 부담에도 주주환원 확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년과 동일한 배당금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려 현대차는 지난해 발행주식의 3%에 달하는 약 939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고, 추가로 발행주식의 1%에 이르는 2547억원 규모(결정일 기준)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 이달 말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26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3788억원으로, 작년 잉여현금흐름의 25% 수준이다. 이 경우 20.1% 정도의 배당성향을 유지하게 되며 앞으로 3년간 예상 배당금 규모는 총 1조1000억원이다.
현대모비스는 아울러 자사주 매입과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계획도 의결했다. 앞으로 3년간 총 1조5000억원 규모다.
하지만 이 같은 주주친화 정책에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비현실적인 고배당을 요구하는 등 현대차 그룹에 압박을 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을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배당 총액 기준 현대차는 우선주를 포함해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판단한 적정 배당금 4000원(중간배당 포함)보다 5~6.6배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당기순이익(1조6450억원)보다 3.5배 많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엘리엇은 아울러 사외이사 후보 5명(현대차 3명, 현대모비스 2명)을 추천하는 등 경영권을 흔드는 제안도 했다. 현재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 주식을 각각 3.0%와 2.6%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대차 이사회 측은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수립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미래자동차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4조원 이상의 투자가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2조5000억원의 대규모 현금배당은 회사의 미래경쟁력 확보를 저해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주주 환원을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리엇은 작년 4월 현대차그룹에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하는 명확한 배당금 정책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 처리를 위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주주총회를 철회했다. 엘리엇은 그해 9월과 11월에도 잇달아 현대차그룹에 서신을 보내 주주 배당 확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