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이자부담이 소득보다 약 7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빚은 빛의 속도로 늘어난 반면, 소득은 거북이 걸음으로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이자부담 역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는데 이자비용은 24.1% 뛰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증가율은 소득 1.8%, 이자비용 22.0%다.
소득의 개선에 비해 이자비용의 확대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는 2017년 4분기부터 시작됐다.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을 기준 2017년 4분기에 7.7%, 지난해 1분기 23.1%, 2분기 26.5%, 3분기 30.9%로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 증가율은 각각 3.1%, 3.7%, 4.2%, 4.6%로 소폭 상승했다. 2017년 3분기까지는 이자비용이 감소하거나 소득증가율이 높았다.
근로자가구는 지난해 4분기 소득이 6.9% 늘었지만 이자비용은 32.3% 뛰었다. 자영업자 등 근로자외가구는 소득은 제자리이고 이자비용은 12.0% 증가했다. 이를 세분화하면 저소득, 30대 이하, 서비스 및 판매업 근로자외가구에서 소득 대비 이자비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소득5분위로 볼 때 소득1분위(하위20%) 근로자외가구는 소득이 27.9% 쪼그라들었지만 이자비용은 58.3% 뛰었다. 3분위와 4분위에서는 근로자가구 이자비용이 많이 늘었다. 소득은 5.0%, 6.2% 늘었는데 이자비용은 53.9%, 84.9% 올랐다.
가구주 연령별로 보면 20∼30대는 소득이 0.7% 증가했는데 이자비용은 23.8% 뛰었다. 50대도 소득(1.3%)과 이자비용(48.2%) 간 격차가 컸다. 이를 다시 근로자와 근로자외가구로 나눠보면 39세 이하에서는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이 10.9% 감소하고 이자비용은 29.0% 늘었다. 50대에서는 근로자 가구 소득이 4.5% 올랐지만 이자비용이 69.5% 뛰었다. 직업별로 서비스 및 판매 근로자외가구에서 소득은 1.1% 준 반면 이자비용이 48.6% 증가했다.
이는 지난 수년간 가계부채가 빠르게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년 전보다 83조8000억원(5.8%) 증가한 총 1534조6000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의 빚 부담도 늘었다. 통계청의 가구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는 1975만2000가구로 1.2% 증가했다. 가구 수보다 가계신용이 가파르게 늘어 가구당 부채는 7770만원으로 4.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가구당 부채는 2015년 6328만원으로 처음 6000만원대를 돌파했고 2016년 6962만원, 2017년 7431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정부의 명목성장률 전망치(3.3%)를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지난해 GDP 대비 가계신용은 85.9%로 전년 대비 2.1%포인트 올라 사상 최대였다. 2015년에는 76.9%, 2016년엔 81.8%, 2017년엔 83.8%였다. 경제 규모보다 가계 빚 규모가 더 빨리 커졌다는 의미다.
금리 상승 영향도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잔액 기준)는 작년 4분기 연 3.62%로,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금리는 2016년 4분기 연 3.18%로 바닥을 찍고 오름세다. 이는 한국은행이 2016년 6월 금리인하를 단행한 뒤 2017년 6월엔 통화정책방향을 인상으로 전환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