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족기업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의 채무불이행을 우려해 한때 대출만기 연장을 고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도이체방크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트럼프 그룹이 대출한 3억4000만 달러(약 3800억 원)에 대한 만기를 기존 2023~2024년에서 202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경우 대출 만기 시 현직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자산을 압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이체방크는 최종적으로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트럼프 그룹 측과 추가적인 금융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도이체방크가 만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이체방크 측은 관련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블룸버그의 보도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와도 맥락이 닿는다.
NYT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2016년 초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 보수를 위해 도이체방크에 대출을 신정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전한 바 있다.
트럼프 그룹 측은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 에릭 트럼프는 "완전 터무니없는 보도"라며 "우리 그룹은 미국에서 가장 채무비율이 낮은 부동산 업체 가운데 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는 전체 자산 가치의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도이체방크에 대출을 요청했다는 내용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도이체방크는 트럼프 대통령 측과 오랫동안 금융거래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도이체방크는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 NYT는 뮬러 특검팀이 나서지 않더라도 도트럼프 대통령의 세금과 사업거래부터 전·현직 각료의 활동에 이르는 대대적인 조사를 추진 중인 민주당 의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