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감사' 청와대 보고 정황
김은경 전 장관 자택 압수수색
문건 청와대 보고 진술도 확보
靑 "블랙리스트 먹칠 삼가달라"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주진우 부장검사)는 환경부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환경부가 전(前)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을 담은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일부 진술에서 혐의점이 있어 이를 대검찰청에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는 조만간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도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자택 압수수색도 실시했다. 검찰은 또 지난달엔 환경부를 압수수색해 청와대 보고 정황을 담은 문서들을 확보해 이를 토대 직원들의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단순히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현황만 보고받은 게 아니라 전 정권 때 임명된 임원들에게 사표를 종용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환경부가 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임원들을 '표적 감사'해서 내보내고 친 정부 성향 인사를 앉히려 했는지 여부도 살피고 있다.

실제 한국환경공단은 지난해 2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김현민 전 상임감사 등에 대해 '무기한 감사'를 시작했다. 김 전 감사는 압박을 못 이기고 한 달 후 사표를 냈다. 공단 측은 후임을 정하기 위해 지난해 6월 25일 상임감사 공고를 냈다. 16명이 지원해 7명이 서류 심사에 합격했고 면접까지 봤지만 공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적격자가 없다"며 전원 탈락시켰다.

검찰은 이 전원 탈락 과정에서 청와대 지시에 따른 환경부 개입 정황을 확보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혐의점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그 결과에 따라 청와대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 여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청와대 개입이 확인되면 정가에 큰 파문이 예상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 규정했고, 이에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정책에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달라"고 반박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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