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공지능(AI)은 로봇이나 자동차가 사람의 감정을 알아 차리고, 이에 맞춰 행동하는 '휴머니스틱 인텔리전스(HI·인간성 지능)'으로 발전할 것이다."
유회준 KAIST 석좌교수(전기 및 전자공학부·사진)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62회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앞으로 다가올 AI 기술의 새로운 개념으로 '인간성 지능(HI)'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 교수 최초로 기조연설자로 선정돼 '심층 신경망 가속기부터 뇌 모방 인공지능 SoC까지'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반도체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산학연 반도체 전문가 3000여 명이 참가해 유 교수가 전하는 AI 칩의 현황과 미래 AI 기술 발전 방안에 귀를 기울였다.
유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 칩 개발을 위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면서 "AI 칩은 미시적 뇌신경의 동작을 모방하는 '뉴로모틱 칩'과 거시적 뇌인지 기능을 모방한 칩의 두 가지 형태로 발전해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뉴로모픽 칩의 경우 RRAM, PRAM, MRAM 등과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시냅스 및 뉴런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거시적 인지기능 모방 칩은 뇌의 기능을 모방한 연산 블록들이 '커넥톰(Connectome)'과 같은 형태의 회로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변모해 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그는 "이런 기술적 발전 트렌드 속에서 KAIST가 개발한 AI 칩은 저전력화와 고속화에 유리한 장점을 갖고 있다"며 자체 개발한 '가변형 AI 컴퓨팅'을 소개했다. 이 기술은 칩의 구조를 실시간으로 변환하고, 연산에 사용되는 데이터 범위를 바꿀 수 있어 한 개의 칩으로 다양한 AI 알고리즘을 가속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여러 상황에서 저전력 및 고속처리도 가능하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모바일용 AI 칩에 학습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기술적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기존 인식용 가속기는 원격 서버에서 학습을 진행한 후 완료된 모델을 내려받아 칩에서 인식하는 기능만 수행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AI을 구현한다고 할 수 없었다"면서 "모바일 용 칩에서도 학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로봇이나 자동차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스스로 감지하고 학습함으로써 최적의 행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AI 학습용 칩' 개발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이런 AI 학습용 칩이 구현되면 마치 반려동물처럼 사용자의 감정을 알아 차리고, 이에 맞춰 행동하는 '휴머니스틱 인텔리전스(HI·인간성 지능)'로 발전하고, 이는 미래 AI 응용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HI'라는 새 개념을 제시했다.
아울러 유 교수는 "AI 알고리즘과 AI 칩은 뇌의 해부학적 및 기능적 연구 진보를 통해 발전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메모리반도체부터 시스템반도체에 이르는 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반도체 칩 설계의 최고 권위자인 유 교수는 학회 개최에 앞서 ISSCC의 자매 학회인 '아시아고체회로학회(ASSCC)'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