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최근 10년 동안 국내 주요 그룹사의 공정자산 가치가 배 이상 늘어난 가운데, 특히 상위 그룹사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대기업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국내 상위 대기업 집단 가운데 2009년과 비교 가능한 24개의 공정자산을 집계한 결과 1687조4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835조7480억원과 비교해 무려 101.9%나 증가한 수치다.

특히 소위 10대 그룹으로 꼽히는 상위 대기업 집단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농협을 제외한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9개 대기업 집단의 2018년 9월 말 기준 공정자산은 1383조2820억원으로 무려 전체의 82%나 차지했다. 2009년 당시 이들 기업의 비중은 74%였다.

범위를 더 좁히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 확연하게 드러난다. 1위 삼성의 경우 24개 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20.9%에서 2018년 24.8%로, 2위 현대차의 경우 같은 기간 10.4%에서 13.1%로 각각 늘었다. SK 역시 10.3%에서 12.6%로 늘었다.

결과적으로 이 세 그룹의 비율은 2009년 41.6%에서 2018년 50.5%로 무려 8.9%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엘지의 경우 같은 기간 공정자산이 93.6%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8.2%에서 2018년 7.8%로 줄었다. 포스코 역시 공정자산 증가율이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09년과 비교해 1%포인트 감소한 4.9%로 나타났다.

롯데와 한화의 경우 평균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반대로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GS의 공정자산 증가 역시 평균 이하였다.

이 같은 요인은 첨단산업으로의 무게중심 이동에 따른 전통 제조업의 부진, 그리고 인수·합병(M&A)에 대한 전략차이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SK, 현대차, 한화 등은 M&A에 공격적인 편인데 비해, LG와 GS 등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그룹으로 꼽혔다.

또 반도체나 전자부품 등 첨단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의 경우 큰 폭으로 자산가치가 늘었지만, 반대로 조선과 철강, 정유사업 등 전통 제조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사들의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로 주력사업의 변화를 모색하는 주요 그룹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 함에 따라 앞으로 10년 뒤 순위는 또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LG의 경우 지난해 자동차용 헤드램프 전문 제조업체인 ZKW 인수를 위해 1조원 이상 투자했고, 포스코 역시 배터리용 소재 등 비철강 사업을 신성장으로 키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스마트에너지 등 신사업에 대한 대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들의 기업가치는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CEO스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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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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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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