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산업 지형도가 바뀌면서 10년 넘게 이어지던 재계 순위에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조선 등 전통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다. 첨단기업들은 M&A(인수합병)를 통해 몸집을 더 불리고, 굴뚝산업은 '빅딜'로 새 활로를 찾고 있다. 바야흐로 졸면 죽는 무한경쟁 시대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10년 넘게 이어오던 삼성, 현대차, SK, LG 등 소위 재계 빅4의 순위가 올해 이후 바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이 3위로 밀려나고, 대신 SK가 그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0개 대기업 집단의 작년 9월 말 기준 공정자산을 집계한 결과, 삼성이 418조217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현대차(220조5980억원)와 SK(213조2050억원)가 박빙의 차이로 2~3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 33조원대였던 현대차와 SK 간의 격차가 7조원대로 1년 만에 급격히 좁혀진 것이다. 보호무역과 세계 경기 둔화, 후발주자들의 성장 등으로 고전한 현대차의 자산이 2조560억원 줄어든 사이 반도체 초호황 바람을 탄 SK의 몸집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등으로 23조6740억원이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등 이미 공격적인 M&A를 추진한 적이 있는 SK는 올해 사상 첫 재계 2위 진입을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율주행·수소차 등 미래 시장에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대차는 대혁신으로 2위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5~10위권의 판도 변화도 활발하다. 한화그룹도 1년 만에 GS그룹을 제치고 재계 8위에 오를 것이 유력시된다.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할 경우 10위에서 7위로 순위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연초부터 국내 대기업들 간 M&A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성사 여부에 따라 재계 판도는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기세고, LG는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CJ그룹도 15위에서 올 13위로 두 단계 뛰어오를 전망이다.
1위는 난공불락이다. 현금 보유액만 10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가 해외 유력 반도체 업체 인수전에 나설 경우 2위권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바이오, 공유경제 등 산업의 혁신 속도가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며 "거대한 흐름에 적응하는 기업과 그러지 못하는 기업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흥망성쇠가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