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비상사태 걷어치워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발한 뉴욕 시민들이 미국 '대통령의 날'인 18일(현지시간) 맨해튼의 유니언 공원에서 '가짜 비상사태'라는 문구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최소 16개 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반발, 소송을 제기했다. 백악관 앞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할리우드 배우 알렉 볼드윈은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트럼프 비상사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16개 주가 이날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방법원에 의회 허가 없이 장벽을 건설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저지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법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과 환경 등의 각종 정책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던 곳이다.
이들은 56쪽 분량의 소장에서 의회가 다른 목적으로 편성한 돈을 전용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마약 남용, 군대 건설, 그리고 법 집행 시도에 배정된 예산을 미국과 멕시코간 국경의 장벽 건설로 돌리려 했다"며 그렇게 될 경우 발생할 피해들에 대해 언급했다.
소장은 또 의회가 법안을 가결하고 대통령이 서명하면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그 법을 충실히 집행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연방정부 자료를 살펴본 결과 남쪽 국경의 불법 이민은 근 45년 래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는 "어떠한 국가비상사태도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소송에는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콜로라도, 코네티컷, 델라웨어, 하와이, 일리노이, 메인, 메릴랜드, 미시간, 미네소타, 네바다, 뉴저지, 뉴멕시코, 뉴욕, 오리건, 버지니아 등이 참여했다. 메릴랜드를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 주지사가 당선된 곳이다.
시민 사회를 중심으로도 반발이 잇따랐다. 앞서 비영리 단체 '퍼블릭 시티즌'은 지난 15일 컬럼비아 특별구(DC)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부가 다른 목적으로 배정된 자금을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무브온(MoveOn), 그린파티 등의 회원 150여명은 이날 백악관 앞에서 "트럼프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가짜 비상사태와 장벽에 반대한다","우리가 국민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둘러싸고 트위터 공방도 이어졌다. 볼드윈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전날 밤 트위터에 "현직 대통령이 코미디에서 내 역할을 국민의 적이라고 팔로워들에게 강권한다면, 그것이 나와 내 가족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적었다.
볼드윈은 지난 16일 NBC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 분장해 이번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풍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SNL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분노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