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 가격 '현실화'를 위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장 1위 업체인 만큼 2, 3위 업체인 한진과 롯데택배 등으로도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 택배 업계는 시장 과열로 인한 과당 경쟁으로 급성장하는 시장과 달리 수익성 확보에 신음해왔다.
CJ대한통운은 오는 3월부터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 등 기업고객이 부담하는 택배 비용을 평균 100여원 올리기로 하고 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에 대해서는 무료 배송을 해주지만 일정 금액 이하로는 건당 평균 2500원의 택배비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 내는 택배비는 2500원이지만, 실제 쇼핑몰 등 기업이 택배사에 지급하는 운임은 평균 1800∼1900원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업고객 택배비 인상이 소비자 부담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은 이번에 전체 택배시장 물량에서 95%를 차지하는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단가를 인상하지만, 시장의 5% 정도인 개인 고객 택배비는 인상하지 않고 현재와 같은 건당 5000원 선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장 1위 업체의 가격 인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꾸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가격 인상 요인과 함께 택배 시장이 그동안 경쟁 과열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국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이 가격을 인상하면 나머지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줄을 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택배 시장은 해마다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11조8939억원으로 전년보다 22.6% 늘었다. 작년 전국 택배 물량은 약 25억개로 국민 1인당 50개 수준이다. 이는 일본(1인 약 30개)의 배에 달하는 물량이자,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와 달리 택배 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신음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택배 평균 단가는 3500원, 2010년 2505원, 2015년 2392원으로 줄곧 내려갔다. 그러는 사이 택배업계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작년 대한통운 택배 부문 영업이익률은 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한진택배도 2% 수준이다.
택배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이 가격 '정상화'를 위한 신호탄으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으로 얻는 수익 대부분은 택배기사와 분류작업자 등 택배 구성원의 처우와 작업환경, 서비스 개선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김양혁기자 mj@dt.co.kr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CJ대한통운 구로서브 내 휠소터가 택배 박스 바코드를 인식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