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일 궤, 말 잘 할 변. 궤변. 궤(詭) 자는 부수가 되는 말씀 언(言)에 위태롭다는 뜻의 위(危)가 합쳐져 생긴 글자다. 언이 뜻을 위가 소리 요소를 담당한 형성문자다. 남을 속이는 말이니 위태롭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변(辯)은 원래 매울 신(辛) 부수의 회의문자다. 맵고 사나운 양측 사이에 말씀 언 자를 넣어 달변(達辯)으로 갈등을 푼다는 뜻을 나타내려 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궤 자와 합쳐지는 바람에 나쁜 뜻으로 전락했고, '궤변'은 겉모양만 번지르르 하고 속은 남을 미혹하려는 내용이 가득한 말이나 그런 양태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언뜻 보면 그럴 듯하게 보이나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논리도 박약하다는 의미다.

궤변과 비슷한 말로는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있다. 말을 억지로 끌어다 이치에 맞게 한다는 뜻으로 달콤한 말로 세상을 속이려 하는 경우를 지적할 때 쓴다. 근거가 없더라도 여러 사람이 우기면 곧이듣게 된다는 뜻의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사자성어도 있다. 화려한 말세를 경계한 대변여눌(大辯如訥)이란 말도 있다. 워낙 말을 잘 하는 사람은 가볍게 입을 떼지 않아 말더듬이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의 명의를 빌려가면서까지 목포 땅을 집중 매입해놓고선 투기가 아니라 문화재 보존을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 손혜원 의원의 말은 궤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북한 특수공작원 개입설 역시 궤변의 샘플이 될 만하다. 그러고 보면 궤변은 정치인과 정치권 주변에서 자주 나온다. 혹세무민하는 주장은 대개 그럴 듯하고 달콤한 말로 포장된다. 단 말일 수록 쓴 결과로 이어지고, 쓴 말일 수록 단 결과로 이어진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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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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