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순이익 50% 수준 배당
이사회 강화로 지배구조 개선
호텔부지 등 연내 매각 추진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행동주의 펀드 KCGI와 국민연금 등의 경영권 도전에 한발 물러서 자체 쇄신안을 내놓으며 주주들과 '소통'에 나섰다. 당장 내달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압박 수위가 높아지면서 침묵만으로는 대응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13일 '한진그룹 중장기 비전과 한진칼 경영발전 방안'을 공시했다. 여기에는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유휴부동산을 매각하는 한편, 오는 2023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목표를 22조원으로 설정하고, 영업이익률 10% 달성 등이 담겼다. 작년 그룹 예상 매출(16조5000억원)보다 연평균 성장률은 6.2%, 영업이익률은 예상 수치인 6.1%에서 4%P(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번 비전 달성을 위해 △주주 중시 정책 확대 △사업구조 선진화를 통한 주주 가치 극대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경영의 투명성 강화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KCGI가 요구한 사항들을 일부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월 KCGI는 '한진그룹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공개 제안하며 KCGI가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인수 이후 개발이 중단된 송현동 호텔부지 등을 원점 검토하라고도 했다.

실제 한진그룹은 이날 주주 가치 극대화 방안으로 송현동 부지를 상세한 일정과 방안을 마련,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우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서귀포칼호텔과 연계한 고급 휴양 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KCGI가 요구했던 지배구조위나 보상위원회를 직접 설치하지는 않지만, 사외이사를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한다. 또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내부 회계 관리를 감독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KCGI가 요구했던 '대한항공이 항공업 이외 투자를 확대를 지양하는 원칙 마련'이나 '항공우주사업부의 상장 계획 수립 검토' 등은 제외됐다. 큰 틀에서는 KCGI의 요구 사안을 들어주는 반면, 세부적인 사안에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은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잡을 만한 당근책을 내놓았다. 주주가치 강화 차원에서 2018년 순이익의 50% 수준의 배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배당 부분은 KCGI가 별도로 요구한 사안에는 없었다. 행동주의 펀드가 배당 등 단기 수익을 노린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진그룹이 제시한 배당 성향은 기존 3.1% 수준에서 파격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현재 조 회장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업계 역시 그동안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한진그룹 측의 대대적인 입장 발표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법부가 조 회장을 비롯, 오너 일가를 겨냥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시장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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