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서 4년째 판매목표 미달 생산량 꾸준한 신흥국서 희망 "현대차로선 잃을 것 없는 상황 국내·현지정부 지원땐 새 기회"
新시장 개척나선 현대차 현대차 왜 印尼 택했나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일본차 '텃밭'인 인도네시아에 출사표를 던지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다. 4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 실패의 근원지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분위기 전환에 나서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업계 등 따르면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연간 25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경우 작년 기준 해외에서 가동중인 공장 7개 중 5번째로 큰 공장이 된다. 인도네시아의 인구(2억7000만명)를 고려하면 수요만 뒷받침될 경우 언제든 순위 변동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물량만 놓고 보면 중국이 80만6214대로 가장 많고, 인도(71만3108대), 체코(34만5490대), 미국(32만2500대), 러시아(24만6500대), 터키(20만3000대), 브라질(19만2855대) 등의 순이다.
현대차는 작년까지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해외공장 생산량은 전년보다 0.32% 줄어든 282만9667대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공장 생산량은 전년보다 2.62% 감소한 80만6214대에 그쳤고, 미국의 경우 1.8% 줄어든 32만2500대였다. 기아차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4개 해외공장에서 1.94% 늘어난 122만8870대를 만들었지만, 미국공장 생산량이 18.41% 급감하며 23만9700대에 그쳤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 'G2'에서의 부진은 4년 연속 판매 목표 미달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작년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 각각 458만6775대, 281만22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보다 1.8%, 2.4% 증가한 것이지만, 판매 목표(755만대)에는 15만대 가량이 부족했다. 결국 2015년 이후 내리 제시한 판매 목표는 공수표가 됐다.
전체적으로 작년 평균 성적은 나빴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합격점을 받은 곳도 눈에 띈다. 바로 신흥국이다. 현대차는 작년 인도공장에서 전년보다 5.18% 증가한 71만3108대를 생산했고, 러시아, 브라질 등장에서 5%대 성장을 이어갔다. 주요시장 부진에도 전체 해외공장 생산 감소율이 0%대에 그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기아차 역시 멕시코공장의 생산량이 33%나 급증하며 해외공장 생산 증가를 이끌었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그룹 자동차 회사 등 한국차의 '불모지'나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차 판매 비중은 97%로 사실상 독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차의 점유율은 0.2%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해 현지 자동차 시장 규모가 100만대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97만대를 일본차 업계가 독식하는 셈이다.
현대차로서는 미·중간 무역 전쟁이 심화하며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와 현지 정부의 지원이 보장된다면 인도네시아 시장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 정책'에도 부합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로서는 사실상 '0'에 가까운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을 제외하면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