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1일(현지 시간) "남북관계 발전은 비핵화 과정과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워싱턴 DC를 방문한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는 항상 같은 소리를 내야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날 발언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2차 미북정상회담 이후 대북 제재 완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준비를 하려는 우리 정부의 움직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지난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는 같은 페이지에 있다(We are on the same page·생각이 같다)"고 한 바 있다.

비건 특별대표는 문 의장 등에 지난 6~8일 평양에서 가졌던 미북 실무협상 내용을 공유했다.

그는 "이번이 실질적인 첫 실무회담이었고 의제를 동의했다"면서도 "협상을 위해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견을 좁히는 것은 다음 회의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2주 밖에 남지 않아서 난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비핵화 일정을 합의할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평양 담판'에서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2차 회담 직전에 예정돼 있는 2차 실무회담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비건 특별대표는 또 미북정상회담과 관련해 "이번 회담은 단독으로 미북만 단독으로 진행하지만, 언젠가는 남북미 3자가 함께 할 수 있는 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종전선언은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약속만 하고 이후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계기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비핵화 진전이 이뤄지기 전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설리번 미 국무부 부장관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이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까지 대북 경제제재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들은 북한이 경제 건설이 시급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문 의장은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과 관련해 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신뢰한다고 말하긴 좀 어렵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 여부보다 김정은을 과거와 다른 길로 가도록 할 수밖에 없는 북한이 처한 절박한 상황"면서 "(북한 정권이) 주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지탱해주지 못하면 정권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상황을 심각하게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도 "지금 북한은 경제가 너무 심각해 전쟁을 치를 수 없을 정도라 빨리 노선을 바꿔 경제개발을 하라고 북한 측에 얘기하면 그쪽에서 인정한다"고 거들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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