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롯데케미칼이 2년 만에 LG화학에 업계 1위 자리를 뺏겼다. 배터리, 바이오 등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LG화학과 비교해 규모의 경제로 석유화학에만 집중한 결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주력 계열사다. 새로 화학BU장을 맡은 김교현 사장은 해법' 찾기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6조5450억원, 영업이익 1조9686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12일 공시했다. 전년도와 비교해 매출은 4.2% 늘어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32.8%나 줄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2015년부터 이어오던 연간 영업이익 2조원대 사수에 실패한 것이다.

특히 4분기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매출액은 3조84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7%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5.3%나 줄어든 1016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전 제품의 수요 약세에 따른 스프레드(원료와 최종 제품의 가격차이) 감소와 하반기 실시한 여수와 울산공장의 정기보수로 일회성 비용이 늘었다"고 실적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2년 연속 국내 화학업계 영업이익 1위였던 롯데케미칼은 LG화학에 1위 자리를 내줬다. LG화학의 작년 실적은 매출 28조1830억원, 영업이익 2조2461억원이었다. LG화학의 경우 고부가 소재 사업 비중을 꾸준히 넓힌 점과 전지 부문에서 209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사업다각화 효과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여전히 석유화학에 올인하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LG화학과의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케미칼의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보면 여전히 석유화학 기초 소재쪽에 몰려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약 2조4700억원 수준인데, 계열사인 롯데첨단소재의 엔지니어드 스톤 업체 지분 인수 비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초소재 쪽에 투자가 몰려있다. 반대로 LG화학은 올해 총 6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배터리 등 비 석유화학 계열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사업다각화 바람이 불던 2015년을 전후해 레독스 흐름전지(RFB, Redox Flow Battery)나 수처리,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 여러 사업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등 신사업 확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LG화학과 비교해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석유화학 기초소재 쪽에 머물러 있다"며 "앞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실적 차이는 점점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롯데그룹의 화학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역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석유화학의 부진을 대체할 다른 사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력 수출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각별한 관심도 부담이다.

한편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최근 발표한 '2019년 화학기업 10'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미국 듀폰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롯데케미칼은 순위권에 들어가지 못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롯데케미칼 분기별 실적.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분기별 실적.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올해 주요 시설투자 계획.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올해 주요 시설투자 계획. <롯데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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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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