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ETRI 책임연구
임명환 ETRI 책임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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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환율조작 의혹,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등으로 촉발된 주요 2개국(G2) 무역마찰이 세계경제를 통째로 흔들면서 각국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GM, 바이엘, 스타벅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했고,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은행, 증권사들도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지구촌이 경제난국에 빠져들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위협이자 기회이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은 더욱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선도하고, 강소국인 이스라엘, 싱가포르,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등 혁신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가 총요소생산성을 증대시키고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것은 슘페터, 로머 등 세계적인 석학들에 의해 이미 검증되었다. 한마디로 R&D는 기술혁신과 경제발전의 아이콘이다. 우리나라도 1992년 선도기술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역대 정권마다 국가 차원의 대형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G7 수준의 과학기술력과 세계 10대 교역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대형 연구개발사업이란 국정철학과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의 예산(년간 100억원 내외), 인력, 설비를 투입하여 중장기(3년 이상)로 기술개발 등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도 과학기술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고자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을 수립하고 국가 R&D를 '사람과 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국가기술혁신체계 고도화를 위한 국가R&D 혁신방안'을 확정했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산업경쟁력이 향상됐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창출이 부족하고 질적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무역마찰 확산과 기술혁신 전쟁으로 치닫는 변화에 대응하고 국가 R&D사업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대형 R&D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고위험을 갖고 상용화가 더딘 중요 첨단기술은 민간부문이 투자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공공부문에서 대형 R&D사업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동안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매출달성, 원가절감, 수입대체, 고용창출을 실현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5년의 R&D지원 과제 수는 증가한 반면 과제별 및 연구책임자별 연구비는 감소하는 추세다. 창의성과 자율성을 위해 기초연구와 자유공모 지원을 늘렸는데 쪼개기, 나눠먹기라는 비판은 여전하다. 따라서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강력하게 추진하여 연구성과도 다른 사업에 비해 훨씬 좋은 대형 R&D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혼합형 R&D기획을 수립해야 한다. 시장에서 제기되는 기술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바텀업의 산업-수요(Needs)와 톱다운의 기술-공급(Seeds)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혼합형 R&D기획에는 해당 산업분야의 시장수요, 개발기술의 획득방법, 특허 및 SWOT 분석, 기술로드맵, 추진전략 등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수행체계, 연구내용, 소요예산, 기대효과 등을 제시하여 당위성을 논거해야 한다. 또한 빠른 기술혁신 주기를 감안하여 2년마다 업그레이드하는 롤링플랜의 R&D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대형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조사 업무를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위탁하였다. 종전에 비해 과학기술적 타당성 항목의 가중치를 높였으며, 예타 대상사업의 평균 조사기간을 6개월 내외로 단축하고 전문성 강화와 수요자 편의성을 도모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에 적용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5년 후는 물론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대형 R&D사업을 도전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경제난국 대처와 함께 지속성장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대형 R&D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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