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공유차 ‘그랩’ SKT 티맵 품고 달린다

양사 싱가포르에 합작사 설립
그랩,, 디디추싱·우버 이어 3위
SKT 내비 기술·인프라 제공
해외 시장 확대 발판 삼기로
향후 인니·말레이 등 순차적용
SK텔레콤이 자사의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을 통한 모빌리티 사업을 해외로 확장한다. 국내에서는 규제 이슈로 공유경제가 주춤하지만, 해외에서 모빌리티 사업의 성장을 견인할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30일 SK텔레콤은 동남아 최대 공유차량 기업인 '그랩(Grab)'과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JV) '그랩 지오 홀딩스(Grab Geo Holdings, 이하 그랩)'를 설립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SK텔레콤과 손잡은 그랩은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 8개국 336개 도시에서 택시, 오토바이, 리무진 등을 운영하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업체다. 공유차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디디추싱(DiDi)과 미국의 우버(Uber)에 이어 3위 사업자다.

양사 합작기업은 1분기중에 첫 서비스로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수 있는 T맵 기반의 그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용 내비게이션은 그랩 운전자에 최적화된 길 안내 뿐 아니라, 차량정체 등 도로상황도 알려준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차량 및 도로 정보, 교통현황 등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 초정밀 위치 측위 솔루션 등 T맵의 핵심 기술력과 인프라를, 그랩은 동남아 각국의 차선, 신호등 등 도로 정보와 지도 데이터를 제공한다.

JV는 해당 내비게이션을 싱가포르의 그랩 공유 차량 운전자들에게 우선 서비스한 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전역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향후 그랩의 차량 공유 사업과 JV의 맵&내비게이션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내 신규 B2B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양사간 합작사 설립은 내수 위주의 통신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는 SK텔레콤과 자사 서비스 전용 맵(Map)·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그랩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구글지도는 동일하게 제공되어 그랩 특화 서비스를 지원하기는 어렵다.

앤서니 탄 그랩 CEO는 "그랩은 매일 동아시아에서 새로 생기는 도로를 추가하는 등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하이퍼 로컬라이즈(hyper-localise)'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SK텔레콤의 지도·내비게이션 기술과 그랩의 지역 데이터 결합은 이 같은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글과 애플은 2014년 나란히 자동차용 스마트폰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선보였다. 전화·문자메시지는 물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나 내비게이션 등 스마트폰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자동차의 디스플레이 화면에 구현할 수 있는 '카 커넥티비티'다.

SK텔레콤은 동남아 시장진출을 계기로 자율주행, 정밀지도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은 동남아 지역의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방식에 큰 충격과 변화를 주는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에선 공유차량 우버의 재진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외국인전용 택시를 운영하면서 호출방법 홍보를 위해 우버와 협력하기 때문이다. 우버 관계자는 "우버는 그간 한국 사무실을 유지했고 공식적으로 철수한 적은 없다"면서 "다만 개인이 개인차량을 갖고 하는 운송대행서비스가 한국운송법상 불가능한 것이었고, '우버블랙' 같은 서비스는 계속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