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 선점에 나선 증권사의 경우 해외법인이 몇 수백억원대 수익을 내며 회사내 옥동자로 자리잡았다.
30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국내 증권사 56곳의 해외법인, 지점, 사무소 등은 모두 62개로 집계됐다. 해외 법인과 해외 사무소는 각각 47개와 15개였고 해외 지점은 0개였다.
국내 증권사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해외에 눈을 돌렸다. 당시 사무소 형태로 해외 진출을활발히 하다가 점차 자체 법인을 설립해 직접 진출하는 형태로 변했다. 실제 지난 2009년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법인, 사무소, 지점은 모두 66개였는데 이중 절반 이상은 사무소(35개)가 차지했다. 법인과 지점은 30곳 1곳에 각각 불과했다.
증권사들이 발 빠르게 해외 시장에 뛰어든 배경에는 브로커리지 수익이 점차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 창출이 절박해 진 이유가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브로커리지 수익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 5곳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은 8.7%로 집계돼 10%에도 못미쳤다.
특히 미래에셋대우는 주요 증권사 가운데 해외 사업에 가장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의 해외법인은 12곳으로 전체(47곳)의 25%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7곳), NH투자증권(6곳), 신한금융투자 (5곳) 등 순이었다.
영국, 홍콩 등 세계 11개국에 진출하며 광폭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작년 1~3분기 해외법인에서만 750억원 가량의 순익을 올렸다. 이 중 홍콩법인에서만 305억원을 냈다.
홍콩 법인은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주도 글로벌 사업 전개의 중심 역할을 한다. 지난 17일에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국 법인 지분 일부를 약 3360억원에 처분해 홍콩법인에 투입하기도 했다. 매각자금은 홍콩법인의 5000억원 가량 유상증자에 쓰였다. 홍콩법인 자기자본은 2조원 안팎으로 늘어나게 됐다.
홍콩 등 주요 선진 금융도시 외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점차 수익을 내고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한국투자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은 4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베트남 29억원, 싱가폴 8900만원, 뉴욕 800만원 등도 흑자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 홍콩법인의 작년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4억원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15억원, 뉴욕 8억원, 싱가폴 6600만원이었으며 중국과 베트남은 각각 62억원, 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업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금융투자사들이 국내에 한정된 기존 수익 창출에서 해외사업 진출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하고 있는 것이 주 원인"이라며 "해외법인 규모 확대, 신규 해외 영업 분야 진출 등 IB(투자은행)를 비롯한 현지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