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80% 수준에 달해 갭투자의 성지로 주목받았던 성북구의 전세가율이 1년 새 곤두박질쳤다. 내달부터 입주물량도 쏟아질 예정이어서 집주인들의 세입자 구하기 전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2월 서울 입주예정물량은 14개 단지, 8730세대로 집계됐다. 이 중 성북구는 래미안 길음 센터피스와 래미안 아트리치 2개 단지가 입주할 예정으로 입주물량만 3443세대에 달한다. 서울 전체 입주예정물량의 39.4% 수준이다.
이달 송파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되면서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현상이 내달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성북구에서도 관측될 조짐이다.
송파 헬리오시티는 이달 9510가구 규모의 물량이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용면적 84㎡의 전셋값이 입주전 7억~8억대에서 4억원대까지 반토막이 났다. 뿐만 아니라 주변 단지의 전셋값에도 영향을 주면서 송파구 잠실리센츠, 잠실엘스 등의 전셋값도 최근 1억~2억원 가량 하락한 바 있다.
성북구는 2017년만 하더라도 전세가율이 80%가 넘어 '갭투자의 성지'로 불리던 곳이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적은 자본금으로 세입자의 전세금을 더해 아파트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 집주인이 필요한 자금은 2000만원이다. 나머지 8000만원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충당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성북구의 전세가율은 81.3%로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았다. 25개구 중 80%를 넘는 지역도 성북구가 유일했다. 당시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70.1% 수준으로 평균치와 비교해도 10%포인트 이상 웃돌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 성북구의 전세가율은 68.1%까지 급락했다. 1년 사이 13.2%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입주물량이 늘면서 새 아파트 전셋값도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 등의 매물현황에 따르면 오는 2월 입주하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59㎡의 전세가격은 3억2000만~5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같은평형 매매가격이 7억5000만~8억5000만원대 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매가격의 절반에도 미치는 전세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래미안아트리치는 전용면적 84㎡타입의 매매호가가 7억8000만~8억4000만원대지만 전세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 3억2000만원대부터 가격이 형성됐다.
입주물량 증가가 주변 단지의 전셋값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길음뉴타운8단지 래미안 전용면적 111㎡A는 지난해 12월 9층 매물이 5억3000만원에 실거래됐지만 이달에는 같은평형 최저가 매물이 3억9000만원부터 호가가 시작되고 있다. 같은평형 C타입 역시 이달 4억7000만원에 전세거래가 이뤄진 이후 3억9000만~5억원에 매물 시세가 형성됐다.
현지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세가격 시세가 최근 급격하게 떨어졌다"며 "기존 전세로 살던 세입자 중에는 올해와 내년 성북구 입주물량이 많아 보증금을 떼일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