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제재위반·기술탈취 등 혐의
내일까지의 무역협상 긴장감 고조
므누신 "의미있는 진전 있을 기대"
中 "배후에 정치적 의도" 큰 반발

미국 법무부가 중국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전격 기소했다.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 검찰은 화웨이와 두 개의 계열사,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공식 기소했다. 미국 기업의 기밀을 훔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무역협상을 위해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번 기소는 뉴욕주 검찰 당국과 워싱턴주 대배심에 의해 각각 이뤄졌다. 대배심은 일반시민이 재판에 참여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뉴욕 동부 지검은 화웨이와 2개 관계 회사, 멍 부회장에게 은행 사기 등 13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란에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 홍콩의 위장회사를 활용,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 대배심은 화웨이를 미국 통신업체인 T모바일의 기밀 절취, 사법 방해 등 10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번 조치는 30~3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중 고위급 협상이 예정된 가운데 이뤄졌다.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에는 이강 인민은행 총재 닝지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 정쩌광 외교부 부부장 등도 포함됐다.

특히 류 부총리는 이번 방미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번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암울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화웨이와 멍 부회장에 대한 미국의 기소가 미·중 무역협상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하지만 입장차가 워낙 큰 만큼 난항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NYT는 "기소 시점이 대면 협상과 매우 가까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매슈 휘터커 법무부 장관대행은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화웨이 기소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명분을 되풀이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지난 25일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류 부총리가 결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 사법부가 화웨이와 멍 부회장을 기소한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최근 미국이 중국의 특정 기업을 모독하거나 타격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영 활동을 말살시키려고 하는데 그 배후에는 강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이유 없는 압박을 중단하고 중국 기업을 공정하게 대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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