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수급불안에 수개월씩 출고지연
보급 목표 달성 차질에 배터리 업계에 쏟아지는 원성
정부-완성차- 배터리업체 남탓 책임공방에 소비자 ‘분통’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커지는 전기차 시장, 쌓이는 소비자 불만'

완성차 업계의 잇단 신차 출시와 정부의 보조금 지원사격 등에 힘입어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배터리 공급 부족 등에 따른 차량 출고 지연으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 실패에 정부는 완성차 탓을 하고 있지만, 완성차 업계는 배터리 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배터리 업계도 억울하다고 하소연 하는 모양새다.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하며 '남 탓' 만하고 있는 사이 수개월이나 미뤄지는 차량 출고일에 소비자들의 원성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일관성 없는 보급 정책을 내놓고, 완성차 업체는 사전계약으로 전기차를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며 "한정적인 배터리 업계 역시 여러 군데 물량을 조달하다 보면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0대'에 불과했던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작년 5만5756대까지 늘어났다. 2013년 처음으로 누적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선 이후 정부가 2015년부터 전기차 1대당 1500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며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더해 20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을 지원하며 매년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온 데 따른 것이다.

◇완성차, 사전계약은 '대박'…출고는 '쪽박' = 현대차는 작년 1월 15일 코나 일렉트릭의 공식 출시 이전부터 사전계약을 받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 400㎞가 넘는 데다,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핫'하다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사전계약에만 애초 보급목표(1만2000대)를 훨씬 웃도는 1만8000대가 몰렸다. 같은 해 7월 출시한 니로EV도 마찬가지다. 계약 대수가 출시 두 달 만에 8500대를 돌파했다. 이 차량 역시 1회 충전 시 공인 인증 주행거리가 385㎞에 달한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현대차는 작년 코나 일렉트릭 1만1193대, 기아차는 니로EV를 3433대 출고하는 데 그쳤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EV의 수출량은 각각 1만1685대, 3922대로, 모두 국내 판매량을 웃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보조금 문제가 있다 보니 생산 계획대로 맞춰진 것일 뿐"이라며 "2월부터는 국내 물량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배터리 공급 문제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기차 '을' 배터리 업체는 억울하다 =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이다. 전기차가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를 좌우한다. 정작 이를 생산하는 배터리 업체는 완성차 업체에 '을'이다. 부품을 납품하는 입장이다 보니, 억울함을 대놓고 토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출고 지연 문제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문이 '배터리 업체의 납품 지연'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세워놓은 생산수급에는 거의 차질을 빚지 않지만, 예상치 못하게 전기차 수요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배터리 업체도 이에 맞춰 배터리를 더 생산해야 하는 데 어느 쪽에 책임 소지를 물을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안되면 '남 탓'…잘되면 '내 덕' = 환경부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전기차 차종은 5~6종에 불과했던 데다, 200㎞도 못 가는 짧은 주행거리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지우기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2016년 현대차가 첫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내놓았다. 잠잠했던 전기차 시장은 요동치고 시작했고, 환경부는 첫 목표달성에 부푼 꿈을 꿨다. 연말이 다가오자 환경부는 목표 달성 실패 요인을 현대차로 꼽았다.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전기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때 출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리였다. 이전 목표 달성 실패에서 입을 다물었던 환경부에 대해 업계에선 정책 실패 요인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김양혁기자 mj@dt.co.kr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왼쪽 상단부터)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왼쪽 상단부터)과 아이오닉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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