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사진)이 꼬꼬마 김향기를 만났다. 영화 '증인'(이한 감독)에서 민변 순호 역을 맡은 그는 자폐 소녀 지우와 영화 속 친구가 된다. 사건은 영화의 결말로 이끌어가는 도구일 뿐, 두 사람의 교감은 벌써부터 봄을 깨우는 따뜻한 감성으로 다가온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우성을 만났다. "요즘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시나리오였다"고 운을 뗀 그는 "영화가 주는 잔잔함을 몸소 느꼈다. 그게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 살 광고모델 김향기와 당대 청춘스타 정우성의 17년 전 만남은 영화 '증인'으로 새삼 화제가 됐다. 한껏 미소를 머금은 정우성은 "인연의 연결 고리가 매우 놀랍다. 그런 광고를 찍었는지 기억도 못했다.(웃음) 얼마전 향기씨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알았다.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를 떠나 현장에서는 동료 배우다. 지우를 표현하는 데 있어 향기씨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고 칭찬했다.
정우성은 김향기가 출연한 '우아한 거짓말' '신과 함께'를 보며 눈빛이 깊다고 했다. 나이를 떠나 사고방식도 깊을 거라 예상했단다. "말수도 적고 매사 진지한 친구다. 지우 역할을 맡으면서 지우가 처할 사회적 반응들에 대한 부수적인 작용 또한 고민하는 진정 배우였다"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렇게 입이 닳도록 칭찬했던 정우성은 '증인'에서 어땠을까. '아수라' '더 킹' '강철비' '인랑'까지 최근 그의 활동 전적은 거친 남성미를 자극하는 액션물이 주를 이뤘다. 정우성은 '순호'를 맡으면서 감성배우로 완벽하게 거듭났다. 손예진과 공연한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후, 멜로물은 아니지만, 이처럼 따뜻한 감성 자극하는 휴먼드라마에도 쉽게 녹아들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궁금했다. "감독님의 개인적 성향, 타고난 인품이 영화를 시작하는 감성의 첫 출발점이었다. 잔잔하면서도 강요하지 않은, 그러한 담백한 아름다움이 절 움직이게 하더라"고 작품 선택 이유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밝혔다.
정우성은 앞서 언급한 '더 킹'에서 비리 검사로 분했다. 하지만, '증인'에선 대표적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으로, 같은 법조인이지만 전혀 다른 인격체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증인' 속 순호의 직업적 특성상 공공성과 책임감은 '더 킹' 하고도 일맥상통하지만, 윤리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은 순호에게만 있다"고 그는 말했다.
순호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변호사로서의 임무를 다한다. 그 과정에서 로펌 입성이나 현실적 고단함, 아버지의 빚, 그걸 해결하려는 가장으로서의 역할 등등 그의 일상은 복잡하게 꼬여 있지만 변호사 본연의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난다. 지우에게 새로운 인생을 맛보게 된 순호. 이야기가 결말까지 순조롭게 나아간다.
정우성은 "자폐에 대한 개인적 편견은 없었다. 흔히들 발달장애라고 하지만, 그 결핍이 일반인에게는 없는 극대화된 장점을 이끌어낸다"며 "'엑스맨' 시리즈를 보면, 겉으로는 슈퍼히어로인 초능력자이지만, 그들도 알고 보면 돌연변이 아니냐. 문제는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자세다. '증인'에서는 자폐증 환자란 캐릭터를 단순한 영화의 도구로서 이용하려 하지 않는다. 순호와 지우 사이의 사소한 감정 교류에서 비롯되어 더 좋은 일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자 주제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순호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까지, 지우란 존재 하나가 그걸 단번에 해결해나간다. 정우성의 눈물도 볼 수 있다. 분노와 화가 아닌, '따뜻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