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며칠 전 중국이 세계 최초로 달 뒤쪽에 우주선을 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몇년전 보았던 '마션'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데리고 오기 위해 우주선을 발사해야 했지만 1차 시도는 실패, 결국 미국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2차 시도에서 무사히 우주선을 발사시킬 수 있었다. 그 때 당시에는 미국이 도움을 청할 정도까지 중국의 과학 기술이 미국을 넘어선다는 내용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중국 우주선의 달 착륙 뉴스를 보니 그 때 나의 무감각이 부끄러웠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점도 이러한 두려움에서 나왔다고 보인다. 이제까지는 전세계 경찰 노릇을 하며, 세계 어디서건 분쟁이나 문제가 생기면 개입해서 해결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제가 어려워지자 더 이상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기에 힘겨워졌고, 그와 동시에 한 수 아래라고 봤던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더 이상 손 놓고 보아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필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무역적자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넘버원인 미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인 중국간의 힘겨루기이다.

중국은 2017년 11월, 시진핑 2기를 출범시키면서 '두 개의 100년'을 통한 중국몽(中國夢) 비전을 공식화했다. 첫 번째 100년은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 즉,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이다. 두 번째 100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 측면에서도 미국을 넘어 세계에서 제일가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이다. 군사력을 좌우하는 것이 첨단기술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이런 비전 발표에 미국이 스트레스를 받는 점이 이해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때 이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분쟁 압력이 강화되었다. 관세 부과 계획 발표, 지적재산권 문제 제기 등의 뉴스가 계속 터져 나왔다. 2018년 한 해 동안 미-중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된 가운데, 글로벌 경제는 불안에 떨었다. 양국간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설전은 치뤘지만 결국 지금은 무역협상 중이다. 협상 당사자인 양국의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자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무역 분쟁을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양국간의 협상에서 일부분 절충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예를 들면 12회 라운드의 권투 경기에서 1회가 끝나고 잠시 휴식을 갖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12 라운드 권투 경기를 누가 이길 것인가 마음 졸이면서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관중이지만 단순한 관중이 아니고, 미중간의 무역갈등 분쟁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피해를 입는 이해 당사자이다. 이들 두 국가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경제가 나아갈 방향이 잡혀 있어야 한다. 중장기 사회·경제 비전이 구체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은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이어야 하고, 또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 경쟁력이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효과가 높은 것이 '인재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쉽게 말해 대학에서의 기초 과학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또한 과학 분야에서 선진 학문을 익힌 이들이 귀국하여 자신의 학문을 꽃 피울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보다 더 확실히 제공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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