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와 카풀업계의 갈등을 풀고 상생방안을 찾고자 마련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22일 출범 첫날부터 파열 조짐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택시 4개 단체와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이날 국회에서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식을 열었다. 카풀 시범서비스 과정에서 2명의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택시업계와 카풀업계가 한 자리에 모였으나 이날은 갈등의 골만 드러낸 채 허무하게 끝났다.
민주당과 국토부는 택시업계의 혁신과 정부 지원 등을 약속하고 택시-카풀 업계의 상생을 다짐했으나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택시-카풀과 같은 일이 굉장히 많이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상생의 정신으로 해결하느냐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는데 굉장히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감차 보상 현실화와 택시기사 월급제 도입 등을 예로 들면서 택시업계의 안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택시 산업과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빅데이터·모빌리티 산업의 상생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택시산업 수익구조·운행체계 개선, 택시 종사자 안정화 등이 전제돼야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새로운 기술발전과 새로운 교통서비스가 생겨나고 있고, 신·구 산업간 갈등이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한 만큼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사업자, 종사자,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정은 새로운 기술 도입과 택시 업계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데 중점을 뒀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역시 "택시와 혁신적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다면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계가 상생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그동안 계속돼 왔던 낡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복규 택시운송사업회장은 "국회에서 만든 법의 취지를 잘 아는 분들이 취지와 동떨어진 해석을 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가장 주된 문제는 카풀인데 갑자기 복지나 기사월급 등을 부각하는 것은 물타기"라고 각을 세웠다. 강신표 전국택시노조위원장은 김 장관을 겨냥해 "택시기사 2명이 분신해 희생됐는데 뻔뻔하게 아무런 반성의 기미가 없고,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다"고 공격했다. 강 위원장은 또 '택시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하라고 종용한 국토부 내부 문건을 문제 삼아 "유신 시대도 아니고 너무한 것 아니냐. 우리가 이런 자리에서 어떻게 사회적 대타협을 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 장관이 "택시 노동자 2분이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여러 번 죄송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고, 마음은 여전하다"면서 "(문건과 관련해) 관계자에게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 등한시하거나 무관심하게 방치한 것이 아니니 이해해달라"고 달랬으나 역부족이었다. 갈등이 고조되자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으나 10여 분만에 종료됐다. 김 장관은 중간에 먼저 자리를 떴고, 예정돼 있던 오찬 간담회도 취소됐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 출범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그러나 이날 출범식은 택시업계가 당정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파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