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모델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전시장에서 인공지능(AI) 엔진 퀀텀 프로세서를 탑재해 화질과 음질, 스마트 기능을 향상한 'QLED 8K'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최근 글로벌 TV 업계에서 올해를 8K(화소수 7680X4320 해상도)의 원년으로 선언했지만, 콘텐츠 부재로 당분간 빠른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다만 5G(5세대 이동통신)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업스케일링(화질 개선 기술) 등 기술 진보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8K TV 판매 대수 전망치를 33만8000대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내놨던 43만대보다 21.4%나 낮춘 수치다.
지난해 4월에는 올해 판매 대수가 90만5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 8개월만에 전망치를 3분의 1 수준으로 하향조정한 셈이다.
보고서는 또 내년과 오는 2021년 전망치도 각각 189만1000대에서 175만1000대, 407만2000대에서 372만5000대로 각각 수정했다. 거의 집계가 마무리된 지난해 판매량 추정치도 약 2개월 만에 1만8100대에서 1만2500대로 낮춰잡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망이 이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소비자가전쇼) 2019' 행사 직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8K TV는 UHD로 불리는 4K(화소수 3840×2160) TV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해 초고화질 제품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작년에 이미 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경쟁사들도 잇따라 이번 CES 2019에서 8K TV를 선보였다.
그러나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콘텐츠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8K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 유력 매체인 '더 버지(The Verge)'는 최근 '8K는 여전히 환상일 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8K TV를 실제로 구매할 수 있게 됐지만 지금 산다면 멍청한 짓"이라고 지적했다.
8K 콘텐츠가 최근 속속 제작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드론 촬영 영상이나 자연 풍경뿐이고 넷플릭스와 아마존, 훌루 등 메이저 콘텐츠 업체들도 당분간 8K 영상물 제작 계획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가까이에서 보면 멋지기는 하지만 실제로 시청 가능한 콘텐츠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더욱이 8K 해상도를 즐기려면 최소 75인치 이상의 대형 스크린이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쌀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매체인 '트와이스(TWICE)'도 "CES 2019는 사실상 '8K TV의 데뷔 무대'로 기록됐다"고 전하면서도 "생산업체들은 자랑스럽게 흥을 돋웠지만 정작 업계와 소비자들은 여전히 의문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행사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도 올해 미국 시장에서 8K TV가 20만대 정도 팔리는 데 그치면서 '시장 주력'인 4K TV(2220만대)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했고, 경쟁력 있는 기술은 순식간에 급성장했다"며 당장은 성장세가 더디겠지만 미래에 대비해 시장 선점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