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과 한진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본격적인 경영권 도전에 직면했다. KCGI가 공개적으로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범죄행위를 저지르거나 회사의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 금지를 요구하며 입김을 내기 시작했다. 조 회장 총수 일가는 당국으로부터 밀수·탈세·불법 편입학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KCGI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한진칼, 한진, 대주주 측에 공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문에서 KCGI는 △지배구조 개선 △기업가치 제고 △소비자 만족도 개선과 사회적 신뢰 제고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KCGI 추천 사외이사 2명과 외부전문가 3명 등 6명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위원회를 통해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에 대한 사전 검토와 심의를 맡기자는 것이다.
또 임원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와 보상체계 도입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가치 제고 일환으로 한진그룹 신용등급 회복을 위해 항공업과는 시너지 효과가 낮은 사업 부문에 대한 투자 당위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준법경영을 위해 회사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회사 평판을 실추시킨 자의 임원 취임을 금지하자고도 제안했다. 이는 각종 갑질 논란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조 회장 일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조 회장 오너 일가 중 한진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인물은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유일하다. 앞서 조현아·현민 등 조 회장 자매는 각각 '땅콩회항', '물컵갑질' 논란으로 경영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조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한 경영승계 후보이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교육부가 조 사장의 1998년 인하대 편입을 불법 편입학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조 사장 측은 현재 행정소송으로 학위 취소 처분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KCGI 이번 공개 제안이 그동안 한진그룹의 신뢰회복과 기업가치 증대 방안을 조양호 회장 일가와 회사 경영진에 비공개로 전달했으나 이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따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앞으로 상황에 따라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방침도 내비쳤다.
KCGI는 "이번 공개 제안에 대해 한진칼과 한진의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전향적인 자세로 응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들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성부 대표이사가 이끄는 KCGI는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 엔케이앤코홀딩스, 타코마앤코홀딩스, 그레이스앤그레이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10.81%와 한진 지분 8.03%를 보유하고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