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베트남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베트남이 승리하자 박항서 감독이 응원석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은 현재진행형이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를 거쳐 8강에 진출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르단과 16강전에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겼다.
이로써 베트남은 21일 열리는 일본-사우디아라비아전 승자와 8강에서 만난다. 베트남이 아시안컵 8강에 오른 건 2007년 대회 이후 12년만이다.
지난해 AFC U-23 챔피언십 역대 첫 준우승을 시작으로 역대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과 10년 만의 스즈키컵 우승까지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박항서 매직'은 12년 만에 나선 아시안컵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 대표팀은 베스트11 평균나이가 24살 26일로 아시안컵 출전 24개 팀 가운데 최연소다. 특유의 베트남 정신과 '박항서 매직'이 8강문을 열어제쳤다.
조별리그 D조에서 3위를 차지한 베트남은 6개 3위 팀 가운데 4팀에 주는 16강 진출권을 놓고 레바논과 골 득실, 승점, 다득점까지 동률을 이뤘지만, 옐로카드가 적어 페어플레이 점수로 극적인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초반 요르단을 상대로 수비에 방점을 둔 5-4-1 전술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 39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요르단 바하 압델라흐만에게 먼저 골을 허용했다.
기선을 제압당한 베트남은 총공세로 전환해 요르단을 몰아붙였다. 전반 43분 도훙둥의 중거리포로 골을 노렸지만, 골키퍼의 펀칭에 막혔고, 전반 추가 시간 응우옌 쫑호앙의 중거리 슈팅마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6분 마침내 베트남팀의 동점골이 터졌다. 쫑호앙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원톱 스트라이커 응우옌 꽝하이가 받아 골 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귀중한 동점 골을 뽑아냈다. 이후 베트남은 지칠 줄 모르고 요르단을 압박했으나 추가골은 올리지 못했다.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기자 피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베트남은 1~3번 키커까지는 모두 골을 성공시킨 반면, 요르단은 2번 키커가 골포스트를 맞힌 데 이어 3번 키커는 슛이 골키퍼에 걸리면서 뒤졌다. 베트남은 4번 키커의 슛이 막혔으나 5번 키커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긴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박항서 감독은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정말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는데, 회복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한테 감사한다"고 공을 선수들한테 돌렸다.
그는 또 일본-사우디 승자 중 어디가 더 쉬운 상대냐는 질문에 "쉬운 상대는 없다. 다 어려운 팀이다. 16강에 오른 팀이 우리보다 다 피파(FIFA) 랭킹이 높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박항서 매직'이라는 말에 대해 "모든 성공에 대한 결과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들이 함께 일궈낸 것이다. 내가 감독이라서 그런 별명을 붙여줬지만 절대로 나 혼자만의 결과물이 아니다"며 "좋은 성적을 내다가 2연패를 당하니까 베트남에서도 비판적인 기사도 나온다. 한국이나 베트남이나 결과에 대한 반응은 다 똑같다"며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