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연방기금금리를 연 2.25~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연준은 지난 해 3, 6, 9, 12월 총 네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1%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금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11월 30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0.5%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던 한·미 양국 간 금리 차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다시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미 간의 금리 차 확대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자금이 한국자본시장에서 유출되고 있다. 지난 해에는 11월까지 한국자본시장에서 363억 달러가 유출되었다. 채권시장보다 주식시장에서 큰 폭으로 유출되는 추세다. 이는 환차손 우려와 더불어 국내경기 부진에 따른 주가하락 우려까지 가세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37억 달러였다. 이 정도로는 외국인 주식투자잔액 4543억 달러, 채권투자잔액 1014억 달러(12월말 기준), 단기외채 1281억 달러, 장기외채 3214억 달러(3분기말 기준)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경기활성화로 주가하락 우려를 불식시켜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은은 자본유출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추락하는 경기와 물가수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은은 지난 10월 금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7%,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7%로 전망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정책과 부동산대책의 부작용으로 소비,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가 전망치보다 부진하고, 수출도 반도체 수출 급락으로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약 2.8% 내외로 추정되고 있고 한은의 물가안정목표는 2%다. 가계신용도 1514조원(3분기말)에 이르러 금리를 올릴 경우 원리금 상환부담과 이에따른 취약가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및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야 한다. 그러나 금리를 인하하면 한미간 금리차가 더욱 커지면서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출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악화되고 있는 한미· 한일관계를 고려하면 한미· 한일 통화스왑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조절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연준은 금년 경제성장률이 2.3%로 잠재성장률 1.8%를 크게 상회하고, 연준 통화정책 기준인 근원 개인소비지출 물가상승률도 1.9%를 기록해 목표치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도 이미 2.5%이므로 올해 두 번만 올리면 장기 균형수준이 3%에 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연준이 지난해에는 4차례 올렸던 연준기금금리를 올해는 두 번 정도 올리는 방향으로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공개된 연준의 12월 공개시장조작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해 인내심을 가질 여건이 마련됐다는 입장이 강조됐다. 물가 상승압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추가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월 초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연준은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8회로 예정되어 있는 미 연준의 공개시장조작회의 가운데 의장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는 회의가 열리는 달이 3, 6, 9, 12월이다. 금년에 2회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아마도 6월, 12월 정도로 전망된다. 한은도 1, 2, 4, 5, 7, 8, 10, 11월 8회의 금융통화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경기회복 정도, 물가동향, 자본유출동향,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미국처럼 두 번 정도 점진적으로 올리되 미국의 금리인상을 전후해 올리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