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 대주주 '국민연금' 박능후 주주권 행사 의지 천명 자칫 경영권 위협으로 보일 수도 상당수 기업 '연금 눈치보기' 돌입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한진칼을 시작으로 대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행사에 돌입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의지를 천명한 만큼, 대기업을 비롯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유력 기업에 대한 경영권 행사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국민연금이 삼성, 현대,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지분을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는 만큼, 주주권 확대 방침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의 주 타깃으로 삼은 대한항공·한진칼의 3월 주주총회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인 상당수의 기업들은 벌써부터 '국민연금 눈치보기'에 돌입한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투자종목 내역(2017년 말 기준)을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포스코, 네이버, 현대자동차, LG화학, KB금융, 현대모비스, 신한지주, SK텔레콤 등이 10대 투자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 10대 투자기업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곳은 삼성전자, 포스코, 네이버, KB금융, 신한지주 이고,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LG화학, 현대모비스 등은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한진칼을 필두로 국민연금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이 한층 배가되고, 나아가 정부나 특정 이해단체가 민간기업의 경영권에 간섭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주요 구성원들이 공무원, 시민단체, 노동계 인사들인 만큼, 이들에 의해 특정 기업의 경영권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을 통해 기업가치 훼손을 주도한 이사에 대한 연임·선임 반대, 주주대표 소송 등의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자들이 큰 집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주주 활동 등 수탁자책임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행동지침이자 모범 규범이다.
기업들은 주요 주주이기도 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실력행사'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권 전반에 관여하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면서 "특히 상대적으로 대주주의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정권의 입김에 의해서 국민연금이 지배구조 까지 건드리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오늘 회의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 여부나 범위 등을 결정한 것이 아니며,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전문위)에서 논의하도록 의결한 것"이라면서 "경영권 간섭 등을 우려 할 단계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목적은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거나 기업을 옥죄는 데 있지 않다"면서 "기업이 잘 되고, 이에 따라 주가도 올라 기금의 수익성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