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
장한식 지음/산수야 펴냄


적지 않은 사학자나 지식인들이 조선은 1592년 임란과 더불어 망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좀 양보해 1636년 병자호란 때는 망했어야 조선이 근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역사 가정처럼 헛된 상상은 없다지만, 병자호란 이후 영정조 때 잠깐 정신 차린 듯 하더니 이내 조선은 줄곧 쇠망의 길을 걸었고 그걸 안타까워 하는 이들의 한탄은 이유가 있다. 이 책은 조선이 쇠락으로 향하던 17세기 이후 조선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함으로써 중원을 정복한 한 영웅에 관한 연구서다. 그 주인공은 오늘날 중국이 대국굴기의 모델로 삼는 청(淸)의 2대 황제 애신각라 황태극(아이신교로 홍타이지, 愛新覺羅 皇太極, 1592~1643)이다. 책은 그의 출생으로부터 왕위를 잇는 과정, 집단지도체제를 딛고 효율적 독재를 통해 청을 세울 수 있었던 용약과 리더십을 다룬다.

홍타이지, 즉 청태종은 아버지 누르하치로부터 가업(후금)을 물려받았지만 수성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창업주를 능가하는 2세 경영으로 '창업정신'을 견지하며 중원을 도모할 거대한 꿈을 키워나갔다. 그는 척박한 만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검약과 실질 중시, 개인 보다 조직 우선 정신이 몸에 배인 만주족의 천성을 최대한 밖으로 이끌어냈다. 중원의 한(漢)족 국가 명에 조공을 바치는 대신 정복의 대상으로 여겼다. 인구나 경제 등 여러 면에서 명의 100분의 1 파워 밖에 안 됐던 청이 명을 정복한 것은 만주족 불굴의 투지와 청태종의 리더십이 만났기에 가능했다. 청의 길은 조선의 사대조공과 180도 다른 길이었다. 저자는 민족의 집단사유 차이가 청과 조선을 갈랐다고 말한다. 오늘날 청의 후계자인 중국이 굴기를 지향하는 가운데, 우리는 과연 어떤 전략으로 그들을 대할 것인지 책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저자가 언론인으로서 북경 특파원을 하면서 가졌던 고민이 책에 담겼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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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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