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폭스바겐이 에너지 업체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 한 획을 그을 희대의 사기극인 이른바 '디젤 게이트'를 야기한 이후 선언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의 도약 계획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15일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베를린을 본사로 하는 그룹 '일리'가 설립됐다. 이는 폭스바겐의 주도로 세워진 에너지 공급과 충전 솔루션 업체다.
토르스텐 니클라스 일리 CEO(최고경영자)는 "우리의 목표는 e모빌리티를 틈새시장이 아닌 주류 시장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라며 "일리라는 사명은 '일렉트릭 라이프(electric life)'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사람들의 일상 속 스마트폰 사용을 당연시하듯 전기차 역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바겐은 일리가 추진하게 될 사업 분야도 언급했다. 전기차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 가정용 친환경 전력을 공급한다. 이는 폭스바겐의 나투르스트롬으로, 독일 시험인증기관의 인증을 마친 수력발전소와 같은 재생에너지다. 또 태양광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전력을 차량에 저장하고 나중에 가정에서 사용하거나, 전력망에 공급하며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디지털 결제 방식의 충전카드로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도 충전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한다.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를 뚫고 2016년 4년 만에 일본 도요타를 꺾고 세계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 '탈(脫)내연기관' 기조를 앞세워 전기차 확대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친환경차 전략인 '로드맵 E'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폭스바겐그룹 브랜드를 통틀어 50종의 순수전기차(EV)를 포함한 8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2020년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한 첫 전기차 I.D.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일부 완성차 업체가 선언한 내연기관차 퇴출 대열에도 합류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하엘 요스트 폭스바겐 최고전략책임자는 작년 12월 독일 울푸스버그에서 열린 '한델스블랏 오토모티브 서밋' 행사에서 "2026년이 마지막 세대 내연기관차 생산을 시작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40년쯤이면 더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2026년부터 내연기관차 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이 무렵 개발한 세대의 내연기관차만 판매하다가 2040년부터는 아예 내연기관차를 생산·판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