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규제조항 자동 일몰 국회, 토론회 법안 심사 계획 업계, M&A 앞두고 '갑론을박'
세계 각국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비롯한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특정 사업자의 경쟁력을 제한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논란이 다시 재연될 조짐이다. 넷플릭스와 유료방송 사업자간 제휴, 지상파와 IPTV 사업자간 OTT 연합, IPTV-케이블TV 사업자간 M&A(기업인수 및 합병) 논의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자칫 국내 미디어 업계의 구조개편을 가로막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국회와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 2소위는 오는 22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관련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고 관련 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분의 1인 33.3%를 넘지 못하도록 한 장치로, IPTV와 위성방송 사업권을 가진 KT그룹의 유료방송 사업을 규제하는 장치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KT의 IPTV 가입자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가입자 합산 점유율은 30. 86%로, 3분의 1선에 임박한 상황이다. 당초 합산규제 조항은 지난 2015년 시행돼 3년후인 지난해 6월 기한 만료로 자동 일몰된 바 있다. 합산규제가 일몰 된 지 6개월만에 국회에서 합산규제 재 도입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벌써부터 찬반 공방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케이블TV, SK브로드밴드 등 경쟁사들은 KT가 유무선, 미디어 시장의 지배력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의 독과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산규제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합산규제가 재 도입되면 KT그룹은 현재 케이블TV 업체와의 M&A 논의를 포기해야 한다. KT그룹은 케이블TV 업계 3위인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 중이지만, M&A 이후 시장 점유율이 37.31%에 달해 합산규제 기준점인 3분의 1선을 훌쩍 넘어선다.
이에 대해, KT와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빅뱅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 재도입 요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외국계 미디어 업계의 공세속에 자칫 국내 미디어 업체만 점유율 규제의 틀속에 가두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학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플랫폼간 장벽이 깨지고 있는 상황에서 합산규제와 같은 점유율 규제를 두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디어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점유율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의 1위 유료방송 사업자 시장 점유율은 대부분 33%를 상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미국 연방법원은 명백한 경쟁 제한 증거와 실증 근거 부족을 이유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케이블TV 시장 가입자 점유율 30% 제한 규정을 폐지한 바 있다. EU 집행위원회도 2007년 방송 전송 서비스 시장을 사전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같은 규제완화 기조에 맞춰, 글로벌 통신사와 방송사,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간 빅뱅이 가속화 되고 있다. 미국 2위 통신사 AT&T는 지난 2014년 미국 최대 위성TV업체인 '디렉TV'를 인수한데 이어 거대 콘텐츠 기업인 '타임워터' 도 합병했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 역시 2018년 영국 위성방송 업체 '스카이'를 인수했으며, 디즈니도 2018년에 '21세기폭스'를 인수하며 미국 최대 콘텐츠 기업으로 부상했다.
KT 측은 "최근 SK텔레콤과 지상파간 연합으로 약 140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OTT가 탄생하고 IPTV와 케이블TV 사업자간 M&A가 추진되고 있다"면서 "합산규제를 재도입할 경우, 경쟁사들은 가만 놔두고 KT만 손발을 묶는 구조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