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톤대학의 앤스타인 교수는 그의 저서 '플랫폼 레볼루션'에서 4차산업혁명의 성패는 플랫폼 구축과 활용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전 세계 경제와 기업들은 플랫폼을 중심으로 발전을 해가는 형국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대 기업 중 7곳이 IT 기업인데, 아마존과 구글에서 부터 중국의 알리바바에 이르기까지 대다수가 플랫폼 관련 기업들이다. 이들 글로벌 기업뿐 만 아니라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을 칭하는 유니콘 기업 중에서도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미국 기업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디디추싱, 진르터우탸오 같은 기업들이 모두 공유 서비스 등 플랫폼을 활용하여 성장해 가고 있다.
사실 플랫폼의 중요성은 20여년전 닷컴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 이미 예견되었기에 새롭지도 않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토종 인터넷 기업들은 포털이라는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면서 야후와 구글 등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맞서며 국내 IT산업을 지켜왔다. 이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게임, 웹툰,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 유통과 콘텐츠 분야가 눈부신 성장을 이어올 수 있던 힘도 결국 국내 플랫폼의 힘이었다. 그러나 IT강국의 역량은 거기까지 였다. 유선 인터넷에 이어 스마트폰이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소통 수단으로 확산되고 응용분야가 확장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규제중심이었다. 특히 결정적 계기는 정보 유통과 여론 형성의 핵심 플랫폼으로 소셜미디어가 자리 잡아 가던 2014년 국민메신저라 불렸던 카카오톡에 대한 검열논란 과정에서 다음카카오가 감청영장을 제시할 경우 개인간의 대화내용 등을 검찰 등에 제공해 온 것이 밝혀짐에 따라 불신이 가중되었고, 해외 메신저로의 망명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폭로과정을 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보고 등 공무를 봐 왔음이 드러났다. 결국 정부는 카카오톡을 포함한 국내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보안성과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를 다 망가뜨려 버린 후 해외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스스로 망명해 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우버와 디디추싱 등 공유경제가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추세를 반영하여 카카오의 카풀 사업 진출을 놓고 정부는 "공유경제는 고통스럽지만 안 갈 수 없는 길"이라며 규제 개혁에 정면 돌파 의지를 내밀었다가 택시업계의 반발에 유보시켜 버린 정부의 결정은 결정장애자 같은 생각마저 든다. 네이버를 비롯한 기존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신생 스타트업 플랫폼 역시 시작도 못하고 고사 직전인데, 유튜브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자극적 뉴스 만들기에 급급한 전직 대통령 후보와 최근 떠들썩하게 유튜브 활동을 시작한 진보 정치인 등에게 플랫폼의 국가적 의미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국수주의적 레토릭을 읊고 싶지는 않다. 다만 시간을 지배하는 압도적 플랫폼이라고 자평하는 오만한 유튜브에 맞서 역사의식을 일깨워주고 토종 플랫폼을 활성화시킬 노력이 절실하다는 외침이다. 며칠전 어느 일간지의 신년 특집기사에 말레이시아의 규제없는 지원정책에 대한 다양한 소개가 실렸다. 이 정책에 힘입어 아이플릭스라는 온라인 동영상업체(OTT)가 넷플릭스를 꺾었다는 내용이 눈에 확 들어온다. 플랫폼시장에서 미국이나 중국에 이어 주변국이었던 말레이시아가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는 게 보인다. 이래 저래 새해 벽두부터 우울하게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