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융합·AI 등 신사업 투자확대
기술혁신으로 4차산업시대 주도
전동화모델 2025년 연 167만대
2030년 8조 투자 수소차 선도


위기의 재계 '뼈깎는 혁신'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2010년 세계 5대 자동차메이커로 자리 잡겠다." 정몽구 회장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지금의 현대자동차그룹을 출정하며 이렇게 중·장기 비전을 밝혔다. 당시 세계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7개국에 불과했다. 아시아 변방의 작은 자동차 회사의 당찬 포부는 이내 현실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마침내 포드를 제치고 세계 완성차 5위에 올라섰다. 이제는 정몽구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품질경영'과 이를 믿고 따른 임직원의 피와 땀이다.

하지만 성과에 취했을까. 현대차그룹은 2014년까지 양적성장을 이어오며 800만대 체제로 몸집을 불렸지만, '질적성장'에서 이상 징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2011년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10.3%로 정점을 찍었지만, 지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래도 차량 판매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며 이를 상쇄했다. 그러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했고, 작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0년 IFRS(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최저치였다.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새어 나왔다. 작년 9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으로 승진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입사 20년 만이자, 부회장 승진 이후 9년 만의 인사였다.

정 수석부회장 체제가 열리면서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와 혁신은 급물살을 탔다. 그는 승진 한 달 만에 '중량급'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자신이 영입한 외부인재를 상품전략과 디자인, 신기술 개발 부문에 배치했다. 곧이어 기존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표해오던 사장단 인사를 12월 12일 발표하며 시기를 대폭 앞당김과 동시에 전폭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기존 아버지의 최측근인 이른바 'MK의 남자'들을 2선으로 물리고, 경영 능력이 검증된 '젊은 피'를 전진 배치했다. 외국인 임원을 처음으로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며 실력 위주의 인재 중용 계획도 내비쳤다.

정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진용을 구축한 이후 신(新)사업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공유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이동성)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으로 기술혁신을 가속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기차 등 모든 타입의 전동화 모델을 개발해 2025년 44개 모델, 연간 167만대 판매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세계 전동화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만 신차 출시로 모두 22개 차종의 친환경차 제품군을 구성한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수소차는 2030년까지 약 8조원을 쏟아부어 수소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다양한 산업에 융합해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2021년 국내 자율주행 친환경 로보택시 시범 운영을 목표로 세계 선도업체와의 제휴를 활발하게 추진하여 혁신성과 안전성을 모두 갖춘 기술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룹의 역량을 융합해 독자적인 이동성 서비스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외부 사업자와 제휴로 세계 시장 진출을 확대해 제조와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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