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옛날 기(杞)나라의 어느 사람은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걱정되어 식음을 전폐하고 나무 아래 누워서 지냈다고 한다. 그래서 별 쓸데없는 지나친 걱정을 '기우(杞憂)'라고 한다. 그런데 한 3000년 쯤 지난 지금 기우는 단순히 기우가 아니게 되었다. 무너질 리 없다던 땅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인 용어로는 싱크홀(sink hole) 이다.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 관이 낡아서 물이 새면서 발생된다. 관이 낡고 부식되면 틈새나 작은 구멍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틈새로 새어나온 물이 점차 아래에 있던 흙을 쓸어내려 빈 공간을 만든다. 세월이 흘러 관 아래의 빈 공간이 커지면 어느 순간 상부의 흙이 빈 공간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도로가 함몰되거나 땅이 꺼진다. 불행하게도 꺼지는 도로 위로 자동차가 운행 중이었거나 사람이 지나갔다면 사고로 연결된다. 우리는 지난 2015년 용산에서 차에서 내려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발생된 싱크홀로 빠져들던 영상을 잊지 못한다.

최근에는 지난 4일 밤에 고양시 백석동에서 온수관 파열사고가 터졌다. 이 사고로 고온의 물과 수증기가 뿜어져 나와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였다. 현재 사고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27년 동안 사용된 배관이 노후화된 것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사고 당시 파열된 용접 부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철로 된 관은 부식된다. 다만 부식의 속도와 형상은 지역마다 다르고, 수질에 따라서 또 달라지기 때문에 관의 부식 속도와 훼손 정도는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그러나 용접부분은 집중적으로 부식이 발생하는 부분이므로 용접부분이 부식되어 취약해지고, 결국 관 내부의 수압을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어 터진 것이라 짐작된다.

위의 싱크홀 사고나 온수관 파열사고의 문제점은 왜 이러한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수선하지 못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면 우선 책임소재를 가리고, 인재라고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발표하고, 끝이다. 막상 그 대책이 지속적으로 시행되는지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이 되지 않는다. 전문가라고 하는 필자도 사고대책의 지속적인 집행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사실 이와 같은 안전사고의 후속 대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의 지원과 꾸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막상 정부는 할 일이 너무 많고, 예산을 배정할 곳이 너무 많아서 정치권이 특단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고가 날 때마다 작성되는 대책을 뒷바라지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사고 직후에는 다소 수행되는 것 같던 개선작업은 한 두 해 지나면 예산의 배정도 축소되고 유야무야 되어 큰 성과를 낸 것으로 보도 자료를 내고 사업을 종료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갈관지'라는 책에 위나라 왕과 명의 편작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느 날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편작의 3형제가 모두 의술이 뛰어나다는데 누가 가장 의술이 좋은지를 물었다. 이에 편작은 큰형님은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이 날 것을 알고 병의 원인을 제거해 주고,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그의 병을 알고 치료해 주고, 본인은 환자의 병이 커지고 고통으로 신음을 할 때에야 비로소 병을 알아내어 약을 먹이고 수술을 해서 고쳐주니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뛰어나다고 답했다고 한다. 물론 편작의 겸손한 마음가짐을 나타낸 이야기 일 수 있으나 필자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선진국이란 무엇인가? GNP 3만달러를 달성하면 선진국인가? 사고가 터진 후에야 소란을 떨고, 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책은 한 두 해 시행하다가 슬그머니 없어지고, 또 다시 유사한 사고가 터지면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선진국은 아니다.선진국은 최소한 편작의 큰 형님이나 둘째형님처럼 사고가 크게 터지기 전에 미리 알아서 제거하거나 징조가 보일 때 조치를 취해서 큰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사회를 유지하는 국가가 선진국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선진국인가? 아니면 선진국 문턱에는 와있는가?

우리는 작년에 수많은 안전사고를 겪었다. 매번 안전사고 발생 후에는 다시는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되지 못할 것 같은 엄밀한 대책을 발표하지만 민망하게도 유사한 사고는 그치지 않는다.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안전하게 지내려면 정부는 안전유지를 위한 예산을 써야 한다. 국민은 안전대책이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언론은 안전대책의 성과를 국민들에게 꾸준히 알려주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꾸준히 정부에 물어야한다. 그런데 왜 행하지 못하는 것인가? 사고가 터지면 안전불감증 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안전불감증을 기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 안전한 삶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내실 있는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다시는 세월호, 싱크홀, 온수관 파열의 희생자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는 없는 새해가 되고, 2019년에는 진정한 선진국을 향해나가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