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작년에 비하여 40조 원 가량 늘어난 규모의 469조5752억 원으로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경제규모 대비 재정의 크기나 상당한 초과세수의 존재를 근거로 확대재정임을 부인하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무리한 주장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재정정책을 분석하는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며 전년도 대비하여 볼 때 10%에 달하는 재정지출의 증가를 확장적이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확장적 재정에 대하여 일반적인 논의는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긴 하나 경기하락 국면에서 이러한 확장적 재정운용이 불가피한 것이라 보는 것 같다.정부나 재정정책 전문가들이 대체로 확대재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책임성의 원칙하에 충분히 잘 관리되지 않은 확대재정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본다.

먼저, 확장적 예산이 지속되어 경제성장율에 비하여 총지출의 증가율이 커지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에서 정부부문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정부부문이 커지면서 사회적 니즈에 비하여 공공부문이 비대해질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반정부의 예산규모로 볼 때 공공부문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보이나 정부가 시장이나 사회에 가진 권한이 매우 커 실질적인 공공부문에 의한 자원배분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경제시스템에서 부문별로 공영, 준공영, 민영이라는 구분을 해보면 우리나라는 정부가 권한을 행사하고 재원은 민간이 담당하는 준공영부문의 비중이 크며 이 부문에서 정부의 권한이 커 실질적인 공공부문의 권한과 역할은 상당히 크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확대를 통한 공공부문의 확대는 민영부문, 시장의 자율적인 부문의 축소와 억제를 가져와 시장과 사회의 혁신성, 자율성을 압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재정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될 때도 이에 따라 지출을 자동적으로 늘리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적정한 재정규모 하에서 사회적 니즈에 따라 재원배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확장적 재정은 총량적 재정규모에 대한 국민의 의사와 어긋난다는 점에서 책임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정책임성(fiscal accountability)은 재정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의미의 책임성과 재정지출의 활동에 대하여 시민과 납세자, 대의기관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재정책임성이 확고하게 제도화되지 않아 재정확대가 경제에 적정한 수준의 재정규모에서 벗어난 규모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흔히 거시경제 내에서 정부의 역할을 논의할 때 경제의 상황에 대응하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자동적으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 재정확대에 따른 이해관계자들의 확대와 이들에 의한 기득권 확대에 대하여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최근의 정치경제학과 공공선택론의 논의에 따르면 한번 늘어난 재정지출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생기고 한번 생성된 지출프로그램은 없애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이번에 정부가 자영업자 지원한다고 지출규모를 확대한 일자리안정자금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이라는 매우 경직적인 가격통제에 무리한 인상을 하고 나서 이를 보완하겠다고 임금계약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정부개입으로서 2018년 제도도입 당시 국회 예산심사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점차 규모를 줄여나가겠다고 부대의견으로 국회와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약속한 제도이다. 정부는 단 1년만에 국회와 국민들에 대한 재정책임성에 정면으로 위배하며 작년 집행액에 비하여서 확대된 지출계획을 수립하였다.

셋째, 확장적 재정은 재정지출의 질을 낮추어 재정지출의 질에 대한 우리나라의 낮은 재정책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의미의 재정책임성은 재정지출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효율성과 효과성을 고려하여 성과를 내며 지출활동에 대하여 투명하게 보고하고 문제가 있을 시 정치적 및 법적 책임을 분명히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재정법을 위배한 소지가 큰, 무리하게 편성한 2018년 일자리예산의 집행내역을 보면 우리나라의 지출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출프로그램의 타당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지출내역에 대한 투명한 보고, 미흡한 성과에 대한 행정적, 법적 책임 부재한 상황에서 무리한 재정확대는 총수요의 확대가 아니라 단순한 공적 자금 낭비만 발생하게 된다.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40조 확대된 재정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 재정제도의 개선, 재정책임성의 강화를 위한 노력없이는 공적 자금의 낭비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