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그리움이다
최효찬·김장권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현대인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대한민국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된 부동산으로의 집일까. 아니면, 아늑한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몸과 마을을 쉴 수 있는 인간 감성 깊숙한 곳의 노스탤지어인가. 만약 후자라면 집은 하우스가 아닌 홈이고, 인생 성장을 함께하는 정주(定住)로서의 집일 것이다. 책은 집에 대한 이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집은 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면서 단순히 주거하는 공간 이상의 다층적 의미를 갖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집은 삶의 괘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흔적이기도 하고, 꿈이기도 하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왜 나는 너를 사랑할까'라는 소설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올라선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 떠올랐다. 저자도 책에서 언급했듯 건축이 혹은 집이 주체로서 이 곳에 머무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집이라고 두 책은 같은 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불행히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집다운 집'에 대한 욕망과 꿈을 잃고 산다. 저자 역시 자신의 직접 집을 짓고 들어가기까지 33번의 이사를 다녔다고 한다. 빌라에서 단독주택, 아파트에서 또 다른 아파트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 자신과 가정의 성장을 기억하고 보듬고 있는 안식처로의 집은 없다.

이런 맥락에서 책은 우리에게 집의 인문학적 의미를 되짚으며 일생의 집을 짓기까지의 여정을 참 읽기 편하게 소개하며 위안을 준다. 우리에게 집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을 퇴계 이황과 생텍쥐페리, 몽테뉴, 데카르트 등 동서양의 철학자와 문호의 일상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꽤 유익하다. 저자 김장권이 만든 한옥 이야기 부분은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 못지않은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집값이 수 억 원이 올랐다는 삭막한 부동산 뉴스가 난무하는 가운데, 집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고향집 툇마루에 누워 파란 하늘과 바람의 온기를 추억케 하는 책이다.

서낙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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