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유나 감독과 '택시운전사' 인연 우리말 항일운동, 작품자체 큰 의미 호떡·민들레 어원 설명 장면 인상적 의상 자유로운 시대극 너무 편해 침뱉던 욕쟁이 동네아저씨가 모델 기찻길 전력질주씬 가장 힘들어
영화 말모이에서 까막눈 김판수를 연기한 유해진. 유해진은 의상이 자유로운 시대극이 굉장히 편하다며 판수 의상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의 주연배우 유해진을 만났다. 영화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에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모여 최초의 한국어 사전을 완성한다는 이야기를 감동 있게 그려냈다.
이날 유해진은 "촬영장에서 많이 돌아다녔다. 걷는 게 늘 좋다. 그렇게 걷다 보면 문득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있다"고 운을 뗐다. "'국경의 남쪽(2006)', '택시운전사(2017)'를 쓴 엄유나 감독을 '택시운전사' 현장에서 만났다. 촬영을 마칠 무렵, 절 두고 쓴 작품이 있다고 했다. 그게 바로 '말모이'였다"고 감독과의 긴(?) 인연을 밝힌 그는 "말에 대한 맛을 잘 살릴 수 있는 배우가 저라고 했다.(웃음) 의상이 자유로운 시대극이 제겐 굉장히 편하더라. 판수가 입은 옷들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말모이' 출연진과 스태프들과 좋았던 기억을 "순한 진라면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엄유나 감독은 촬영장에서 큰 기둥 같았다. 그 만큼 제가 의지를 많이 했다. 흔들리지 않은 뚝심이 있었고..그런 모습이 마치 꼿꼿하게 돌고 있는 팽이였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윤계상에 대해서는 "그도 나이가 드니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깊이가 느껴진다. 촬영장에서 본인 스스로 굉장히 치열하게 하더라.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려고 늘 노력했고, 그도 모자라 항상 불안해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더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치켜 세웠다.
유해진은 또, '말모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다고 했다. "일제 강점기를 그린 작품들이 수도 없이 나왔지만, '말모이'처럼 글 하나로 항일운동을 펼치는 작품은 보기 드물었다"며 "영화 속에서 '호떡', '민들레'의 어원을 설명해주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 깊다"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판수'를 연기하기 위해 예전 동네아저씨를 모델로 삼았다는 유해진은 "침 잘 뱉고, 욕 잘하고..(웃음) 그 분 참 재밌으시다"며 "주어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기찻길에서 헉헉 뛰는 장면은 힘들었다. 나무 철길이라 그걸 건너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극 중 순이와 덕진 역의 아역배우들 연기도 눈부시다고 칭찬했다. "딸 '순이'는 전혀 오염되지 않은 순면과도 같다. 아들 '덕진'도 생각하는 게 너무 건강하고 예의도 바르다. 그런 어린 친구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좋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스티커를 붙여주는 게 촬영장에서 순이의 일상이었는데, 그걸 받기 위해 저 또한 매우 오래 걸렸다"고 웃었다.
전작 '완벽한 타인'으로 2018년에도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국민배우 유해진이다. "너무 감사했다. 제 인생에 있어 화양연화와 같은 시점이다. 올해에도 지금처럼만 뚜벅뚜벅 잘 걸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성진희기자 geenie623@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