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기정책 퇴보 우려
과학기술계는 지난 2018년 한해동안 큰 '내우외환'을 겪으며 '사상 최악의 해'로 회자될 전망이다. 연구현장과 동떨어진 각종 과학기술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실현'과 역행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 확대와 국내 주력산업 위기 및 내수 침체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와 국가 혁신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가 국정운영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외면받았다.

지난해 초부터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출연연을 비롯한 연구현장에서 노사, 노노 간 갈등과 대립을 불러 일으키며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출연연의 경우 2088명의 기간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나, 파견·용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실현 방안을 놓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역차별, 상대적 박탈감, 공정성 논란 등 현장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추진으로 구성원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의 전 정권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 인사'로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도 빼앗긴 한 해였다. 올 들어 11명의 과학기술계 기관장이 전 정권 인사라는 이유로 정부의 사퇴 압박을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내 최고 이공계 중심 대학인 KAIST의 신성철 총장도 정부가 검찰 고발과 함께 KAIST 이사회에 유례없는 '총장 직무정지'를 요청하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과학기술계 인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은 국제 학술지(네이처)에 상세히 보도되면서 '과학기술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수년째 출연연 최대 숙원인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선 작업도 출연연에 떠넘기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정부가 과연 PBS 제도 개선에 의지가 있는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연구비 확보를 통해 출연연이 국가·사회 현안과 이슈를 해결하는 국민 체감형 연구성과를 내고, 세계적 수준의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PBS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음에도 정부는 출연연에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떠넘기고 있다. PBS 개선으로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마련되기까지 상당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올 한해 연구현장에서는 전 정권에 비해 오히려 과학기술 정책과 연구환경이 퇴보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어려움 속에서 과학기술계 내부에서 심각한 연구윤리 문제가 불거져 홍역을 치뤘다. 국내 주요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오믹스, 와셋 등 이른바 '부실·유령학회'에 참가한 연구자가 최근 5년 동안 1317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 R&D 지원을 받아 학회에 참가해 연구실적을 허위 보고하는 등 국가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나 중징계 및 출장비 회수 조치를 받았다.

양수석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정부가 사람 중심, 연구자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연구 현장에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면서 "연구현장과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연구자들이 겪는 애로 사항과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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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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