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우리 경제 분위기가 심상찮다. 내수 침체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버텨주던 수출 마저 꺾이면서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12월 우리 수출은 세계교역 증가세 둔화, 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한 484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작년 9월의 경우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의 기저효과였다. 이번 수출 감소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조업일수 등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품목 별로는 반도체가 27개월 만에 처음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는 등 13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10개나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자동차와 선박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2%, 26.4% 늘었지만, 이 역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로 보면 자동차와 선박 수출액은 전년보다 1.9%, 49.6% 각각 감소했다.
정부 역시 최근의 수출 성장 둔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요국 경제 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 수출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역분쟁과 미국 자동차 제232조 등 통상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 하는 한편, 아세안 특별 정상회담 등을 활용한 신(新) 남방시장 개척 등 정책역량을 총동원해 부정적 전망을 정면으로 돌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해까지 수출 성장세를 견인하던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장기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2017년 4.2% 공급 부족이었던 D램 시장이 지난해 0.5% 공급 과잉으로 바뀌었고,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역시 12월 기준으로 배럴당 61.6달러에서 57.3달러로 7% 하락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12월 수출액이 13.9%나 하락한 점도 심상찮다. 스위스 투자은행인 UBS는 미·중 무역전쟁이 더 확대되면 중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적이 있다. 이는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 뿐 아니라 내수도 올해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18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잠정)' 발표에서 반도체의 호황기 종료 등의 영향으로 건설 등 투자 부문이 올해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점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한 적이 있다.
경제인들의 체감 경기도 부정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이달 BSI 전망치는 92.7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 역시 93.1로 2017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기준치를 미달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까지 수출이 꺾이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계획을 축소해서 짤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 경제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