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가정간편식(HMR)의 성장세에 외식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까지 HMR 개발에 열을 올리면서 '외식'이 설 자리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갤러리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은 최근 들어 자체 개발한 HMR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갤러리아는 지난달 27일 PB브랜드 '고메이494'에서 곰탕과 김치찌개 등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밀키트 '셰프박스'와 '원 테이블'을 출시하며 HMR시장에 진출했다.
상대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한 대형마트는 일찌감치 HMR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2013년 PB브랜드 피코크를 통해 HMR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해에는 HMR 전문 매장인 PK피코크를 서울 대치동에 오픈하기도 했다. 롯데마트도 2015년 HMR브랜드 '요리하다'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들까지 'HMR'을 내세운 제품들을 내놨다. 바야흐로 HMR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 등 식품업체들이 주도하던 HMR시장에 유통업체까지 발을 들여놓으면서 패밀리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 등 외식업체들은 나날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외식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빕스는 지난해에만 20개 매장이 문을 닫았고 계절밥상도 10여개가 줄었다. 신세계푸드 올반도 15개에서 12개로 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SPC그룹이 야심차게 인수한 외식 브랜드 '그릭슈바인'은 당초 지난해까지 20개 매장을 열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신사점이 문을 닫는 등 4개 매장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월 평균 외식 빈도는 지난해 21.8회에서 올해 20.8회로 감소했다. 월 외식비 역시 30만3854원에서 29만2689원으로 4% 줄었다.
1인가구 증가폭이 가팔라지면서 소비자들이 외식보다는 집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HMR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심은주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HMR시장 규모는 1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2030년 1인가구 비중이 3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장기 외식 대체제로서의 HMR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외식업체들은 지금까지의 매장 확대 정책을 버리고 HMR이 흉내내기 힘든 '특화 매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빕스는 샐러드 특화 매장인 프레시 업, 수제맥주 특화 매장인 비어바이트 등을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고 신세계푸드의 올반도 BBQ와 즉석조리 메뉴를 강화한 '올반 프리미엄'을 오픈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평범한 메뉴들로는 저렴하고 간편한 HMR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외식업체에서만 가능한 고품질·특화 메뉴로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