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사방이 지뢰밭이다. 모든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기가 어려워 새해 경영 전략을 보수적으로 짤 수 밖에 없다." 한 대기업 임원의 말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경제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은 후퇴 국면, 글로벌 수요 둔화로 기계와 석유화학도 후퇴 국면에 진입이 예상된다"며 "건설, 자동차, 철강은 내수 부진과 수요 산업 경기 악화로 침체 국면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2019년 경제를 전망했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2019년 경영 환경도 가시밭길이다. 우선 실적 고공행진이 한풀 꺾인 삼성전자의 경우 D램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최근 열린 '글로벌전략회의'에서도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한 대응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에 쓰이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집중해서 키운다는 방침이지만, 영업이익률 50%를 상회했던 메모리 수준의 수익성을 확보하긴 어렵다. 중국에 턱밑까지 추격을 당한 스마트폰 사업은 기술적 차별성이 거의 사라진 만큼 혁신 제품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결정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 등 오너 리스크 역시 돌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혹여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또 다시 경영공백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정의선 체제'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한다. 2018년 초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개편안을 내놓으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합병 비율을 이유로 반대했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가세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좀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않고 있다. 시장에는 막연한 소문만 돌고 있다. 기존 개편안의 합병 비율을 조정할 것이라는 의견과 주요 계열사 합병과 비상장 계열사의 상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이를 언급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SK그룹의 경우 주력인 정유·화학과 통신, 반도체 모두 업황이 만만찮다. 최근 바이오 사업을 다음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했지만, 단기간에 주력으로 성장하기엔 아직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미미하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편과 전반적인 조직 혁신의 성공 여부도 관심사다. 성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조직 혁신을 해야 하는 SK그룹의 각 계열사들은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다.

LG그룹의 경우 무엇보다 구광모 회장의 경영 능력 입증이 최대의 숙제다. 주력인 TV·가전 사업의 실적은 점진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석유화학의 경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의 영향을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중국 등에 밀려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한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의 경쟁력 회복 여부가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계열 분리도 관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날카로운 칼날을 피하면서 동시에 잡음을 최소화 한 계열 분리를 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다.

롯데는 작년 10월 신동빈 회장이 출소한 후 본격적으로 '뉴 롯데' 플랜에 재시동을 걸었다. 2019년에만 12조원을 투자하고 1만30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롯데의 '전진'을 가로막았던 오너리스크가 새해에도 발목을 붙들 가능성이 있다. 신 회장은 연초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 혐의와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받는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만큼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신 회장이 다시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뉴 롯데' 플랜은 또다시 암초에 부딪히게 된다.

'시간 제한'이 걸려 있는 금융계열사 처분도 숙제다. 현재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알짜'로 꼽히는 롯데캐피탈에 비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은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로 평가된다. 박정일·김아름·김양혁기자 comja7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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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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