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2018년 12월 28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2라인. 연말연시를 잊은 직원들과 각종 장비가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축구장 4개 크기의 공간에서 천장의 레일을 타고 웨이퍼를 실어나르는 수십 대의 운송장비 'OHT(오버헤드 트랜스포터)', 그 아래 빼곡하게 들어찬 반도체 장비들은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최근 불거진 반도체 고점 논란 등 시장 곳곳에서 나오는 우려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생산 설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토바이 헬멧 모양의 OHT의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수십 대의 OHT는 겹겹이 쌓은 24장의 반도체 웨이퍼함을 싣고 공장 이곳저곳을 휙휙 휘젓고 다녔다. 기기들끼리 충돌할라치면, 센서가 인지해 재치있게 멈추거나 방향을 살짝 우회한다. OHT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장비는 팔을 쭉 뻗어서 웨이퍼를 받아 공정을 시작한다. 운송 임무가 끝난 OHT는 또 다른 웨이퍼를 싣기 위해 바로 이동한다.

반도체 공정에는 디퓨전, CVD(증착 공정), 포토, 에치, 클리닝, 이온주입, 평탄화, 메탈 작업 등 크게 8개의 공정이 있다. 여러 개의 회로를 한 웨이퍼에 얹어야 하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이 공정들을 300~500회 반복해야 한다. 완성된 웨이퍼를 만들어내기까지 OHT는 각 공정 장비들 위에서 약 한 달간 42㎞가량을 쉴 새 없이 달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정 간 동선을 줄이고, 비어있는 기기를 찾아 빠르게 움직여 공정 시간을 줄이는 것도 삼성전자의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공장 안에서 각 기기를 점검하는 엔지니어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흰색 방진복을 입고 각 장비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모니터 화면을 분주하게 짚으면서 기기를 조정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10명 내외의 관리 직원들이 한 조가 되어 4조 3교대 방식으로 24시간 밤낮없이 공정 상태를 확인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공간에서 똑같은 스펙을 지닌 반도체 장비들이라도 열, 압력 등을 구현하는 것이 미세하게 달라 품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끊임없이 점검하고 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산 설비 내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1평방피트(약 0.09㎡) 안에 0.1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만이 존재하는 '클래스 1'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공장 내 먼지는 모두 바닥 아래로 빠지게끔 설계돼, 먼지가 흩날리는 것을 원천차단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반도체 사업장은 클래스 10~100 사이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청결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화성사업장은 미래 사업 준비에도 한창이다. 화성사업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H3' 게이트에서는 지난 2월 시작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생산 라인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EUV 노광장비는 기존에 불화아르곤(ArF)광원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5나노, 3나노 등 최첨단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 쓰이는 방법이다.

뾰족하게 솟은 20대가량의 노란색 크레인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EUV 전용 생산 설비를 완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 설비의 초기 투자 규모는 건설 비용을 포함해 2020년까지 60억달러(약 6500억원)가 투자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화성사업장 반도체 연구소 EUV 개발라인을 방문해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 초격차'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2000년 준공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12라인을 포함한 6개 라인이 운영되는 48만평 규모 공간으로, 낸드플래시, D램 메모리 등 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도 진행된다. 이 사업장에만 약 2만5000명의 직원들이 반도체 생산과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반도체 초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7조5700억원으로 실적 '신기원'을 달성했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장은, 이렇듯 연말연시를 가리지 않고 2019년을 맞이하고 있었다.강해령기자 strong@dt.co.kr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생산라인 공사 현장. <강해령 기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EUV 생산라인 공사 현장.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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