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뒤돌아볼 때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인사도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사람을 잘 뽑거나 배치를 잘하면 일이 잘되어 갈 뿐아니라 기관도 활력이 넘친다는 것을 그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인사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그런 인사가 아닌가 한다.
인사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적재적소(適材適所)형 인사와 적소적재(適所適材)형 인사다. 적재적소형 인사는 승진이나 인사이동을 통해 인재를 가장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이다. 이 때는 업적, 생각, 성향, 성격 등을 따져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은 대체로 시장변화에 잘 적응해 가는 인재를 중시하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공공성, 리더십에 바탕을 둔 능력위주 인사를 한다. 어느 조직이든 줄 세우기 인사를 하면 머지않아 경쟁력을 잃고 만다.
며칠 전,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관리와 직위·직무 성과중심의 인사를 위해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인재추천 지원 플랫폼'을 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AI가 대상자의 보직경로와 역량평가, 성과정보 등을 분석해 직무에 필요한 인사요건을 제시하고 중요 보직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게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 여기에 인사심의가 어떤 내용으로 논의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특이사항에 대한 본인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화 해주면 각오도 다져보고 불필요한 인사잡음도 줄이는 데 기여할 것 같다.
적소적재형 인사는 어떤 자리에 가장 적임자를 앉히는 일이다. 선거로 뽑는 자리나 경력직 공무원의 신규임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두 가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하나는 남보다 뛰어난 어떤 실적을 냈는지 따져 보는 것이다. 숫자적인 성과보다 일을 책임감 있게 처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 업무효율을 어떻게 높여 왔는지, 구성원 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어떤 동기를 부여해왔는지 등을 따져 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중시하는 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비전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공유하고 고객의 이익을 어떻게 우선시 하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이다. 우리가 안고 있는 현안을 잘 헤쳐 나갈 폭넓은 식견을 가진 인사가 등용되도록 해야 한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가 등용되면 젊은 사람들은 '저래도 되는 구나'하는 잘못된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그렇게되면 사회적 기강도 해이해지게 된다. 오늘은 그냥 넘어갈지 몰라도 내일이 암담해 지게 된다.
더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공모절차 없이 인재를 채용하는 경력직 공무원의 신규임용제도는 지근거리에 있는 인사나 보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새겨 봐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원칙에 맞도록 운영해야 한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인사 과정에서 정부관료 출신을 소위 낙하산인사로 폄하하여 배제시키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참 아쉽다. 이해관계인을 일정기간 배제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능력까지 무시한 채 폄하프레임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사회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진행과정을 공개하고 밀실이 아닌 공개된 상태에서 면접을 진행하여 '원하는 인재상을 지닌 인사'를 쓰도록 하면 된다. 면접 장면은 녹화해 두었다가 의혹이 제기되면 인사혁신처의 역량평가단으로 하여금 검증하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최근 과학기술계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있어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번 임명한 인재는 임기동안 소신껏 일을 해나가도록 그 길을 열어 줘야하지 않을까 한다.
시대 변천에 따라 요구되는 '인재상'도 변한다. 전에는 부지런하고 이해를 잘하는 성실한 인재를 필요로 했으나 이제는 문제해결 역량을 갖추고 협업 능력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앞으로 큰 일을 해보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청소년 때부터 '꿰뚫어 보는 힘'과 '관계를 알아내는 힘'을 길러 가야 한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인재가 많아질 때 우리 사회에 활력이 넘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