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구애를 한다. 여기서 미녀는 단지 아름다운 여성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인격이 고매한 사람, 수행이 깊은 사람, 전문적 식견을 갖춘 사람, 재능을 갖춘 사람 등을 지칭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내세우지 않아도 세상이 알아준다는 의미다.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겸애(兼愛)주의 사상가 '묵자'(墨子)의 말이다.요즘 자기PR 시대라며 무턱대고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사람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자기 자랑을 드러내는 것은 자고로 소인배의 일로 치부했다. 자만은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스토리가 있는 한자' 최영철 지음)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낭중지추'(囊中之椎)라는 말도 있는데, 바로 미녀불출 인다구지와 같은 의미를 갖는 사자성어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 옷을 뚫고 뾰족하게 튀어나오듯 재능과 인품이 뛰어난 사람은 드러내려하지 않아도 남의 눈에 띈다는 의미다. 세모세시에 사랑의 정치철학을 설파한 묵자의 어록을 새겨봤다.

묵자는 세상이 혼란한 것은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서로 사랑하라고 했다. 묵자를 따르는 '묵가'(墨家) 사상가들은 어떻게 하면 공동체 구성원간 사랑을 회복할 수 있을까 궁구했다. 묵가의 사상 '겸애'는 흔히 기독교의 '박애'(博愛)와 비교된다. 인격도야와 사랑의 실천 목적이 남이 알아주는 데 있지 않다는 묵자의 말은 오른 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기독교적 정신과도 통한다 할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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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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